정치일반

[내 삶을 바꾸는 지방분권형 개헌]베를린보다 살기 좋은 15만 소도시…일자리·소득수준 더 높아

'잘사는 지방도시' 하이델베르크

◇위부터 독일 하이델베르크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도시'가 돼 '관광도시'로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은 지방분권의 역할이 컸다. 사진은 하이델베르크 도시 전경. 하이델베르크 대학과 지역사회가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어린이들의 새해맞이 행사 모습. ◀하이델베르크 대학과 지역사회가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어린이들의 새해맞이 행사 모습.

독일서 가장 오래된 대학 위치 유명세

지역 정체성 살려 세계적 관광지 성장

헌법이 지방분권·정책 자율성 보장

교육·일자리 유리한 지방에 인구 몰려

지난 4일 기자가 찾은 독일의 지방도시 하이델베르크는 생기가 흘러넘쳤다.

1386년에 설립돼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인 하이델베르크 대학이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다. 점심시간 전이었는데도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은 커피숍이나 카페 곳곳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노트북 컴퓨터로 뭔가를 작업하고 있었다. 밝은 표정의 관광객들은 대학 건물과 상가, 음식점 등이 복잡하게 섞여 형성된 시가지를 둘러보면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학도시' 하이델베르크 '관광도시'로=인구 15만명의 소도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도시'가 된 것은 지방분권의 역할이 컸다. 하이델베르크의 도시 정책들은 연방정부가 아니라 주민과 지방정부가 함께 공유하는 가치관이 최우선으로 설정된다. 하이델베르크 주민 가운데 학생이 3만여명, 교수와 교직원이 1만5,000여명에 달할 정도이니 모든 도시 정책은 대학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정부가 운영 주체다. 물론 연방정부도 약간의 지원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정책과 재정은 주정부가 책임진다.

대표적인 사례로 하이델베르크 대학을 비롯해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 있는 모든 대학은 2017년 가을학기부터 외국인 학생들에게 1,000~1,500유로 정도의 학비를 받고 있다. 크게 부담이 되는 금액은 아니지만 외국인 학생들의 중도 이탈을 막기 위해 독일의 주 가운데 처음으로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다. 지방분권이 자리 잡혀 있다 보니 우리나라처럼 교육부가 아니라 지방정부가 대학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지방분권 원칙과 성숙한 지방자치, 그리고 주민 참여가 이룩한 결과물이 바로 하이델베르크와 같은 '잘사는 지방도시'인 것이다. 천편일률적으로 수도권의 도시 형태나 문화를 따라가거나, 자신들의 전통을 촌스러운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독특한 지방자치를 자연스럽게 실현하고 있다.

하이델베르크도 '대학과 학문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꾸준히 발전시킨 결과 유명 '관광도시'로 거듭나면서 주민들은 일자리와 소득 증대라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대학 홍보 담당인 헬가 브리츠씨는 “독일의 대학들은 소재하고 있는 지역의 전통이나 특수성, 경제상황 등이 반영된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대학과 지역 주민들은 시설과 자원을 거리낌 없이 공유하고 있다. 기자가 찾은 날도 10여명의 어린이가 중세 귀족 복장으로 대학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새해맞이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대학 직원들은 모든 공간을 개방해 어린이들을 따뜻하게 맞고 대학과 도시의 전통문화를 가르쳤다.

■“지방이 경쟁력” 지방 떠나는 일 없어=독일에선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차별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기업이나 유명대학들이 전국에 골고루 퍼져 있고, 각 지방의 경쟁력과 장점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헌법을 통해 지방정부가 입법·재정·조직권 등을 독자적으로 갖고 있으니 이는 곧 정책의 자율성으로 이어진다. 독일에서는 일반적으로 지방이 수도보다 더 잘 살고 소득수준도 높다. 수도와 거리가 많이 떨어진 것이 약점이 아니고 수도권 집중 현상도 찾아보기 힘들다. 수도권인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주가 과거 경제력이 약했던 동독지역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철저한 연방제, 즉 지방분권의 결과물이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홀거 조그씨는 “지방에도 세계적인 대학과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 굳이 베를린으로 갈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수도권의 주민들이 지방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한국지방신문협회=강원일보·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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