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전 시대에는 올림픽 보이콧 사례가 많았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항의 표시로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는 미국 주도하에 60여개국이 불참했다. 소련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4년 뒤에 열린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때 동구권 10여개국과 함께 불참했다. 이후 1988년 서울올림픽에는 8년 만에 동구권과 서구권이 함께 참석해 화해의 올림픽이 됐다. 하지만 공동개최 무산 등의 이유로 북한은 참가하지 않았다. ▼30년 전에 불참했던 북한은 지난 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에서 북한 선수단의 참가를 밝혔다. 평창올림픽 개막을 꼭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88서울올림픽은 전 세계가 냉전의 갈등을 딛고 화해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는 평창올림픽이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를 평화의 길로 이끄는 평화올림픽으로 남게 됐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웃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의 평창행 불발이 확정된 듯한 분위기다. 일본 언론들은 한일 위안부합의를 둘러싼 갈등임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평창올림픽에 파견되는 미국의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할 예정이다. 펜스 부통령의 아내인 캐런 펜스도 동행한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는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 부부가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중국 국빈방문에서 초청한 바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평창 방문이 어려울 전망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도핑 문제로 러시아 선수단 출전을 금지한 만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평창행도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평창올림픽에는 한반도 주변 4강의 정상들이 모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는 정부의 평창올림픽 외교의 현주소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