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6시간 노출 혹한대책 진전없다

“영하 14도·초속 5m 칼바람에 담요 한장으로 버티라니…”

◇단장을 마친 올림픽 개·폐회식장.강원일보DB.

평창올림픽 안전사고 우려

조직위 방한대책 여전히 감감

도 열풍기 설치 등 대안 나서

2018년 2월 9일 오후 8시. 해발 800m에 자리 잡은 오각형 모양의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장은 개막을 축하하러 온 국내외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전 세계 동계스포츠 팬들이라면 누구나 기다렸던 순간이다. 그런데 현장을 메운 관중의 표정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이날 대관령 현지 온도는 영하 7.3도. 장시간 개회식장에 있던 관람객들은 연신 허연 입김을 불어대며 핫팩과 담요 등에 의존해 추위를 이기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초속 5m로 몰아치는 대관령산 칼바람 앞에 점점 굳어가는 팔다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급기야 개회식장에 듬성듬성 빈 자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평창이 전 세계와 처음 만나는 개막식은 이런 분위기로 시작됐다.

개회식에서 실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개회식이 열리는 내년 2월9일 오후 8시 현지 온도는 영하 7.3도, 체감온도는 영하 14도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된다.

개회식 공식 행사는 오후 8시부터 밤 10시까지 두 시간 동안이다. 하지만 앞서 열리는 식전 공연 두 시간, 입장 및 퇴장 시간까지 더하면 개회식장을 찾은 관중은 6~7시간을 대관령 한파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개·폐회식장이 들어선 곳은 황태 덕장이 자리 잡던 곳이다. 덕장은 예전부터 전국에서 가장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곳에 설치됐다. 특히 이 일대는 한겨울 매서운 북서풍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조직위가 마련한 방한대책은 민망한 수준이다. 관중 전원에게 일반 우의, 무릎 담요, 핫팩 방석, 손발 핫팩 등의 방한용품 5종 세트를 제공하고 좌석 주변에 히터 40대를 설치하는 것이 전부다. 종전 대책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개인 차원의 철저한 대책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도는 이 상태로는 심각한 안전사고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고 경기장 곳곳에 열풍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 이번 주 중 시뮬레이션을 거쳐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지난 16일 체온 유지를 위해 털모자 제공을 조직위에 제안했지만 아직 확답을 못 받았다.

도 관계자는 “개회식 한파에 따른 문제 발생 시 대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조직위 차원에서 확실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현·강경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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