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영상]<脫강원인 入강원인>(3)50년 역사 간직한 주문진 피란민촌

고향땅 다시 밟을 날 기다리며 반세기 … 내년말 철거

◇강릉시 주문진읍 교항리 259번지 피란민촌은 한국전쟁 이후인 1955년 주문진 쪽으로 피란을 내려왔던 실향민들이 임시주거지를 형성하며 생겨났다.

6·25전쟁으로 타향 땅에 정착한 실향민들의 삶의 터인 주문진 피란민촌(수용소)이 민족분단 반세기의 아픔을 뒤로하고 내년 말까지 철거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강릉시 주문진읍 교항리 259번지.

6·25전쟁 이후인 1955년 주문진 쪽으로 내려왔던 피난민들이 철도부지 5,040㎡ 터에 임시주거지를 형성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주민들은 대부분 북쪽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들로 전쟁은 끝났지만 갈 곳이 없었다.

실향민의 기구한 사연을 안고 빈손으로 주문진으로 들어와 형성된 ‘6.25전쟁 피란민촌’은 한때 4개 동 83세대에 이르렀다.

6·25전쟁후 실향민들 철도부지에 임시주거지 형성

강릉시 보상·이주 추진 … 공원·주차장 등으로 활용

피란민촌에서 가장 오래 생활한 이영길(69)씨는 지금껏 살아온 유일한 피란민으로 53년째 이 동네에서 거주하고 있다.

6·25전쟁 당시 함경남도 단청군 신덕면에서 가족들과 함께 철길을 따라 걸어서 내려온 그는 아직도 춥고 힘들었던 수용소의 옛날 모습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이고 말도 못해.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가지 못한 실향민들이 뭐 갖고 내려온 사람이 있었나”라고 말문을 뗀 그는 “처음 피란민촌은 읍에서 나온 난민목재로 사람들이 땅을 파고 천막 30개를 쳐서 가족 수에 따라 가림막을 쳐서 두서너 집이 나눠 쓴 거야” 라고 말했다.

이북 고성에서 1951년 1·4후퇴 때 월남했다는 김길자(79)씨도 “이불껍데기도 하나 못 갖고 내려와서 남의 집에 얹혀 사는 게 어디 사는 거요”라며 “배급받아 먹는데 그것만도 대부분 썩어 못 먹고, 송구(소나무 벗긴 것), 대두박(콩기름 짠 찌꺼기) 안 먹은 것이 없었지”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12살에 피란민촌에 들어와 50년째 살고 있는 손한용(62)씨는 “당시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가지 못한 실향민들이 거의 대부분 이었다”라며 “그땐 피란민촌의 건물들이 볏짚을 이어 만든 초가집이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사람과 굼벵이가 함께 이불에서 나뒹굴었다”며 당시 모습을 회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문진 피란민촌은 조금씩 고쳐져 판자촌이 아닌 슬래브 집으로 변했지만 이곳 사람들의 생활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피란민촌 주민들은 고기잡이와 오징어를 찢는 일로 생계를 꾸렸다.

그러나 마을주민 대부분 고령화되면서 몇 년 전부터는 빈 병과 폐지 등 폐품을 주워 파는 일을 하고 있다.

주민들이 하루 종일 폐품을 수집해 버는 수입은 2,000∼3,000원이 고작이다.

또 혼자 생활하는 노인들이라 일을 할 여건이 안돼 봉사단체의 도움으로 연탄을 때고 주변 무료급식소, 푸드뱅크 등의 도움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이런 어려운 생활여건 속에 시간이 지나면서 실향민들은 먹고살기 위해 전국 각지로 떠나갔다.

지금은 48가구가 살고 있지만 이 중 남아있는 실향민은 1∼2가구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이후에 정착한 독거노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리고 주문진의 변화 속에 도심에 위치한 피란민촌 가옥들은 열악한 주거환경과 너무 낡고 노후해 화재, 재난 등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1995년부터 숙원사업으로 철거가 논의돼 왔다.

피란민촌의 철거논의가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5월 피란민촌 바로 앞으로 왕복 4차선 도로가 뚫리고 2007년 10월 양쪽 끝에 2차선 도로가 생기면서부터였다.

강릉시는 2009년 9월까지 30억원을 들여 보상과 이주가 끝나면 같은 해 12월 말까지 모두 철거할 예정이다.

피란민촌 철거로 이곳은 도시미관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도시공원, 주민 편의시설, 주차장 등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분단으로 강원도에 정착한 실향민들의 삶의 터인 피란민촌은 마지막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제 해가 바뀌면 강릉시 주문진읍 피란민촌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쉰 목소리로 피란민촌의 힘들었던 과거를 증언하는 실향민들과 주민들은 아픈 과거 속에서 희망을 일구며 살아온 역사의 증인이다.

권태명·허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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