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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364개 면적 잿더미로 만든 ‘대구 산불’ 23시간만에 진화…원인 규명 위해 수사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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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건조한 날씨에 '비화 현상'으로 순식간에 확산…민가 근접
주민 2천여명 대피·교통 통제도…야간작업 덕에 진화율 급상승

◇지난 28일 오후 2시 1분께 대구 북구 노곡동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야간에도 확산하고 있다. 2025.4.28. 사진=연합뉴스.

속보=지난 28일 대구 북구 노곡동 함지산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이 축구장 364개 면적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고 23시간만에 꺼졌다.

이번 산불은 주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같은 민가를 위협해 2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인근 초등학교 등으로 대피하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산림 당국 등에 따르면 29일 낮 12시 55분께 북구 노곡동 함지산 주불을 잡았다.

이번 산불에 따른 산불영향 구역은 260㏊로 집계됐다.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대구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9일 오전 대구 북구 함지산이 불타고 있다. 2025.4.29.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 28일 오후 2시 1분께 함지산 9부 능선에서 시작된 불이 계속해서 확산하자 당국은 산불 대응 1·2·3단계를 차례로 발령하고 진화 헬기와 진화 차량 및 인력 등을 대거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산불 3단계는 산림 당국이 발령하는 대응 최고 단계로 예상 피해 면적 100㏊ 이상, 평균풍속 11m/s 이상, 예상 진화 시간 48시간 이상일 때 발령한다.

소방청도 민가 방향으로 확산하는 산불에 대응해 발화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 5분께 국가 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하지만 군위군을 제외한 대구 전역에 건조 경보가 발효 중인 데다가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15m에 이르는 강풍도 불어닥친 까닭에 당국이 진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달 발생한 '경북 산불'처럼 한때 주변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대구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9일 대구 북구 산불 현장에서 산불 진화 헬기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25.4.29. 사진=연합뉴스.

당시 현장에서는 강풍을 타고 불똥이 사방으로 날아가는 비화(飛火) 현상까지 나타났다.

하늘 높이 치솟은 산불 연기는 중구 동인동 등 직선거리로 6∼7㎞ 떨어진 곳에서도 목격됐다.

이처럼 산불이 급속히 번지면서 최초 발화지에서 동쪽으로 1∼2㎞ 떨어진 조야동에서는 불길이 민가 가까이 접근하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고, 불은 아파트 등이 밀집한 서변동 방면으로 계속해서 번져 나갔다.

이에 발화지인 노곡동과 불이 번진 조야동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인 서변동, 동변동, 구암동 주민들에게도 대피 안내 문자가 발송돼 2천명이 넘는 주민이 초등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산불 확산에 따라 노곡교, 조야교 남·북단, 무태교 등 도심 일부 교통망과 경부고속도로 북대구나들목(IC) 양방향 진출입 등도 통제됐다가 정상화됐다.

◇대구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9일 대구 북구 산불 현장에서 산림청 헬기와 군용 치누크 헬기가 산불 진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25.4.29. 사진=연합뉴스.

고온 건조한 날씨와 강풍 등 영향으로 진화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해 전날 오후 8시 기준으로 19% 수준에 머물렀던 진화율은 당국이 일몰 후에도 야간 진화에 인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하면서 가파르게 올라갔다.

당국은 밤사이 야간 비행이 가능한 수리온 헬기 2대와 산불 재난 특수진화대 등 인력 1천515명, 고성능 산불 진화 차량 15대 등 장비 398대를 밤샘 투입해 진화 및 방화선 구축 등 작업을 벌였다.

특히 당국은 확산하는 불길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기상 여건 등을 고려해 주간에 현장에 투입했던 수리온 헬기(담수 용량 2천ℓ) 3대 가운데 2대를 일몰 후 야간 진화작업에 동시에 투입했다. 야간 비행이 가능한 유일한 기종인 수리온 헬기 2대는 이날 오후 8시부터 오후 11시 20분까지 이착륙지인 K-2 군 공항에 배치된 소방차에서 물을 공급받은 뒤 각각 9차례씩 산불 현장에 출동해 모두 3만6천ℓ의 물을 불길에 투하했다.

특히 산림청은 이날 오전 담수 용량 8천ℓ급 진화 헬기 7대 가운데 5대를 투입했다.

나머지 2대 가운데 1대는 엔진 점검을 받고 있으며, 또 다른 1대는 동해안 지역 산불 발생에 대비해 해당 지역에 대기 중이다.

이처럼 당국이 이번 산불 진화에 가용 자원을 최대한 동원한 덕에 진화율은 29일 오전 4시 60%에서 오전 6시 65%, 오전 8시 82%, 오전 10시 92%로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오후 1시 100%를 기록했다.

산림 당국은 "불길 확산 속도를 잡기 위해 모든 가용 자원을 동원했다"며 "다른 지역에 대형산불이 나지 않은 까닭에 진화력을 최대한 집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당국은 산불의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9일 오전 대구서변초등학교 조야분교장에 설치된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에서 공무원들이 잔불 진화 작업 투입 준비를 하고 있다. 2025.4.29.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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