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민선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한국의 지방자치는 이제 그간의 성과와 문제점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향후 개혁과 성공의 새 길을 찾아 나서야 할 중요한 한 해가 되어야 한다. 30년 전, 한국 지방자치의 부활은 정말 탁월한 국민적 선택이었다.
지방자치를 통해 주민들이 비로소 지역의 주인이 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형성돼 온 수직적이고 통제적인 관·민 간의 권력관계를 타파하는 혁명적 변화다. 뿐만 아니라, 중앙정치의 혼란과 불안이 지방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시킴으로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기틀이 됐다. 더욱이 자치의 부활과 지방 정국의 안정은 통해 지역이 저마다 자율성을 갖고 지역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주민들은 이 엄청난 변화를 성과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지방자치가 우리 사회에 남긴 문제점들은 크게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지방자치에 무관심하거나 불신하고 있다. 정당공천제를 통한 지방선거에서의 정당 참여 문제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다. 선거와 정당은 불가분의 관계이지만 그 주요 목적은 책임정치의 실현에 있다. 그러나 지역의 인물들이 정당의 책임하에 정책경쟁과 인물 검증을 통해 실시되어야 할 지방선거는 이미 그 기능을 대부분 상실했다. 지방선거를 통해 동시에 선출하는 교육감 직선제는 정치의 개입, 막대한 선거비용, 유권자들의 낮은 관심도 등의 심각한 문제점들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2026년에 또다시 실시되는 지방선거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 자치경찰제도 지역밀착형 치안과 주민안전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끔찍한 재해·재난 참사와 주민불안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원적 자치경찰제로 전환해야 한다. 동시에 지방자치제와 자치경찰제 그리고 소방체제가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계돼야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단서가 될 것이다.
최근 행정 통합과 광역 연합 같은 지자체 간 협력방식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지역의 뜨거운 감자다. 그간의 지방자치는 지자체 간 국경보다도 더 높은 담을 쌓고 협력하지 못함으로써 행정낭비와 비효율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게다가 실 생활권과 행정권의 괴리에서 나타난 주민불편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와 같은 획일적인 자치제도와 미흡한 자치권과 미숙한 제도운영 역량, 미성숙한 자치의식으로는 앞으로 지방자치가 성과를 극대화하기 보다 낭비와 부작용이 오히려 커질 가능성이 훨씬 크다. 지방자치가 청장년이 된 현 시점에서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으려면 전방위 개혁을 통해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정상궤도에서 상당히 이탈한 현 지방자치가 경로를 재탐색해서 올바른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것이 바로 자치와 분권의 연구를 주관하고 있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올해 특별히 해야 할 막중한 역할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올 해 연구원 슬로건을 “지방자치 30년, 개혁과 성공의 새 길을 여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으로 설정하고 여러 각도에서 지난 자치분권의 성과와 문제점들을 평가하는 동시에,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에 대한 비전과 10대 주요 개혁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물론 연구를 위한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실천적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 주제별, 지역별 순회 토론회 및 국내·외 세미나를 통해 전문가와 주민들의 쌍방형 소통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연구원은 지역의 대표신문 강원일보와 함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지방자치와 지역발전을 길을 함께 만들어 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