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논·밭두렁 태우기, 이제는 없어져야 할 때

차광국 영월국유림관리소장

예로부터 정월 대보름이 되면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등 논·밭두렁을 태워 한 해의 풍년을 기원했다. 농약이 없던 시절에는 해로운 곤충이나 쥐 등을 없애 농사에 일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아득한 과거부터 1970년대까지도 대부분 나무로 난방과 요리를 했고 그에 따라 산에 있는 나무뿐만 아니라 낙엽까지 아궁이의 불쏘시개로 쓰였다. 당시에는 논·밭두렁을 태워도 산불로 번지는 경우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1970년대 대대적인 녹화 사업을 추진해 산림 곳곳마다 아름드리나무들이 즐비하다. 나무로 난방이나 요리를 하지 않아 산에는 나무뿐만 아니라 낙엽도 다 썩지 못할 만큼 많이 쌓여 있다.

산림 인근의 논밭 등에서 소각 행위를 할 경우 산불로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해충을 없애려고 논·밭두렁을 태우는 것은 오히려 해충의 천적을 사라지게 만들어 해충 방제에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도 있다.

산불로 확산될 우려가 있는 논·밭두렁 태우기 등의 행위는 중단해야 한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발생한 산불 중 영농폐기물 소각, 쓰레기 소각, 논·밭두렁 태우기 등 불법소각행위로 인한 산불 발생이 전체 발생 건수의 19%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 279건(132㏊)의 산불 중 소각으로 인한 산불이 52건(17㏊) 발생했다.

2023년에는 쓰레기 소각으로 인해 대형 산불이 발생해 682㏊의 산림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나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 이 정도는 소각해도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한순간에 산불 발생 피의자가 될 수 있다. 산불로 인해 수천㏊의 산림 소실, 인명 및 재산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오늘날의 산불은 갈수록 동시에 수십 건이 발생하는 등 대형화되고 있다. 수풀이 우거져 있는 한여름에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3월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전국에서 대형 산불 등 229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으며 42건(21㏊)이 불법 소각 행위로 인해 발생한 산불이다.

실화로 인한 산불은 줄일 수 없어도 불법 소각으로 인한 산불은 지속적인 계도 활동 및 순찰, 단속 그리고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충분히 저감할 수 있다고 본다.

산림청에서는 산림 인근 주택 및 농가를 대상으로 영농 부산물 소각, 쓰레기 소각 등에 대해 지속적인 홍보 및 순찰·계도를 실시하고 있다. 드론을 활용한 ‘산림드론감시단’을 운영해 주야간 불법 소각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산불 예방 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영농부산물 불법 소각으로 인한 산불을 저감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지자체와 협력해 ‘영농부산물 파쇄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6만여톤과 올해 21% 증가한 20만톤 등 영농 시기 이전에 영농부산물 파쇄를 지원해 불법 소각 행위를 감소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각 시·군의 행정복지센터와 마을이장에게 신청하면 산림청의 파쇄지원단이 신속하게 처리해주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기 바란다.

50여년 동안 잘 가꾸어 놓은 우리의 산림은 현 세대뿐만 아니라 후대에 물려줄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우리의 소중한 산림이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도록 정부와 국민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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