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철원의 글로벌 인재 육성 정책

이현종 철원군수

지난 겨울방학 철원군 중학생들이 어학연수를 떠난 호주 퀸즐랜드주 선샤인코스트 지역 번사이드와 버펜가리 공립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만났다. 3주 과정의 문화체험 및 어학연수를 마치고 졸업식장에서 감상문을 낭독하는 학생들을 직접 보니 감개무량했다. 학생들은 새로 사귄 호주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들이 만난 기간은 고작 20여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어린 청소년들이 우정을 쌓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됐을 것이다.

이별이 너무나 아쉬운 아이들을 위해 호주 청소년들을 철원군으로 초대해 교류를 확대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더니 반응이 뜨거웠다. 한류의 열기가 호주에서도 뜨거웠고, 한국에 대한 인기가 식을 줄 몰랐다. 글로벌 인재 육성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청소년 시절부터 서로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교류가 이뤄진다면 배려하고 소통하는 리더십과 함께 세계평화를 더 일찍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생각에 미소가 절로 생겨났다.

철원군 학생들은 여름과 가을 사이의 청량한 날씨를 보인 호주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새로운 문화를 접했다. 우리 아이들은 청정 호주에서 어떤 것들을 배우고 느꼈을까. 잠시 머물렀지만 강렬하게 다가왔을 새로운 문화 충격에 놀라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행복한 아이들의 모습에 전부 사라졌다. ‘해브 어 굿 데이(Have a good day)’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선물, 좋은 하루가 됐겠구나 싶었다.

호주는 70여년 전 우리나라가 6·25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당시 1만7,000명의 용맹스러운 병사들을 보내 우리를 도와준 고마운 나라다. 철원군 학생들이 호주를 방문해 문화체험은 물론 영어를 배우고 있듯이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지식과 아름다운 문화를 전수하고 있다.

철원장학회는 매년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호주와 미국 해외 연수를 지원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에게는 국내 영어캠프로 기초를 다지게 한다. 철원군의 이러한 인재 육성 정책은 타 지역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이 밖에도 철원군에 일정 기간 주소를 두고 거주하는 군민들에 한해 생활지원금 성격의 대학생 자녀 장학금, 예체능 및 기술 분야 장학금, 저소득 자녀 장학금 등을 지원한다. 또 서울과 춘천, 천안에 각각 철원학사와 공공기숙사를 운영해 거주비 부담을 줄였으며 올해부터는 저소득층에게만 지급되던 거주비를 모든 대학생으로 확대해 경제적 걱정 없이 학업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철원장학회가 2017년 출연기관으로 승인된 지 4년 만에 일반 장학금 기부액이 10억원을 넘어섰고 이후 8년 만에 누적 기부액이 3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지역 주민들과 기업에서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기부한 금액이 최초로 7억원을 넘어섰다.

철원장학회는 인재 육성에 대한 이러한 뜨거운 열망을 잘 알고 있다. 철원군과 같은 규모가 크지 않은 지자체에서 인재 육성은 지역 소멸의 막을 방안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정책이기도 하다. 호주와의 교류는 물론 미국 문화체험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도 이와 같은 선상에서 진행해 온 글로벌 인재 육성 정책이다. 한 명의 인재가 지역을 살리고 지역에 보탬이 된다. 마중물과도 같은 인재의 호수가 우리 지역이 되길 원한다. 이번 호주 청소년 교류 현장을 직접 찾아 눈으로 보니 더욱 인재 육성에 대한 간절함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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