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치악산은 공공의 자산이다

장신상 전 횡성군수

원주 소초면 명칭을 ‘치악산면’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원주시는 지난 2월 시장과 소초 주민 간담회에서 개칭안에 대해 공론화했다. 횡성과 원주, 두 지역에 걸쳐 위치한 치악산을 원주시 지명에 넣어 브랜드 가치를 독점하겠다는 시도로 보인다. 지역 대표 자원을 지역명에 반영한 사례는 평창의 대관령면, 영월의 한반도면, 김삿갓면, 무릉도원면이 있다.

원주와 횡성을 거쳐 영월까지 이어지는 치악산은 크게 원주시 관할의 서치악산과 횡성군 관할의 동치악으로 구분된다. 동치악은 산세가 비교적 완만하고 자연 그대로 보전된 절경이 일품이지만 각종 규제로 개발에 어려움이 있어 치악산 관광개발은 원주시 관할인 서치악산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원주시는 치악산 개발과 함께 지역의 음식, 문화 등을 치악산과 연계하며 지리적 장점을 톡톡히 누려 왔다. 반면 치악산의 또 다른 축이지만 개발이 어려운 동치악의 횡성은 치악산 개발과 그 브랜드를 원주시가 독점하는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며, 개발 제한 규제를 풀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 왔다. 그 결과 2010년, 2021년 횡성군 강림면 일언 부곡지구가 국립공원 관리구역에서 일부 해제되며 개발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

횡성군은 2022년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와 동치악산 탐방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생태계를 보전하며 관광자원을 개발한다는 큰 틀을 잡고 동치악권 관광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원주시의 치악산 브랜드 독점의 정점을 찍을 가칭 치악산면 개명 추진 소식은 횡성군민에게 허탈감을 넘어 망연자실함까지 느끼게 한다. 그동안 생태계 보전이란 공익적 가치를 위해 횡성군이 기울인 희생과 노력을 원주시에 오롯이 뺏길 수도 있는 치악산면 개명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산은 8,750여개에 달한다. 그 많은 산 가운데 100대 명산에 선정될 만큼 수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치악산은 산을 사랑하는 이도, 산을 처음 오르는 이도 다시 찾게 만드는 매력적인 산이다. 경계를 접하고 있는 횡성과 원주는 지리적 특성상 가깝지만 먼 이웃이다. 가깝기에 공유해야 할 자산도 문제도 많고,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상충의 이익에 오해와 갈등이 쌓이기도 한다. 하지만 현안을 해결하고 발전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협력해야 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먼 시선으로 보면 두 지역이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은 상생과 협력이지만, 눈앞에 닥친 이익을 위해 갈등과 반목으로 치닫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이번 치악산면 개명도 마찬가지다. 치악산이란 큰 자원을 공유하기보다 내 것으로 독점하고픈 마음은 지나친 욕심이다. 치악산의 주인은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치악산이라는 이유에서다. 냉정히 말해 치악산으로 개명한다면 완전히 치악산 속에 있는 횡성 강림면이 더 자격이 있다.

치악산의 동서가 횡성과 원주로 연결돼 하나의 산을 이루듯, 치악산을 지명에 담아 내 것을 만들려는 욕심을 버리고 두 지역이 함께 그 가치를 누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각종 규제에 묶여 개발 혜택에서 배제되었던 횡성군민에게 동치악산을 개발할 기회를 보장하고, 브랜드 가치를 두 지역이 공유하는 것, 이것이 동서로 연결된 장대한 산이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깊은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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