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올림픽 트레킹 로드를 가다]'村老<촌로>의 미소' 닮은 늦가을, 강줄기에 내려앉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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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올림픽 아리바우길 4코스

◇올림픽 아리바우길 4코스 구간인 강릉시 왕산면 배나드리에서 안반데기로 가는 길은 송천을 끼고 걷는다. 고원으로 향하는 길에 강바람과 함께 펼쳐진 산자락들이 눈을 시원하게 만든다. 올림픽 아리바우길 4코스 시작인 강릉 배나드리 마을 모습.올림픽 아리바우길 4코스 구간에 만난 낙엽송이 가을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다.올림픽 아리바우길 4코스의 백두대간 자락들이 동양화처럼 다가온다.강릉=김남덕기자

강릉시 대기리 노추산로를 따라 배나드리교를 지나면 왼쪽에 배나드리 마을이 나온다. 이곳이 바로 올림픽 아리바우길 4코스의 시작 지점이다. 트레킹을 떠날 동안 차를 세워둘 곳이 필요해 일단 마을 안쪽으로 차머리를 돌렸다. 좁다란 길을 타고 들어가 대기3리 노인회관 앞 너른 공터에 차를 세우기로 했다. “여기에 잠깐 주차해도 되겠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뭐가 그리 바쁜지 각자 카메라를 둘러메고는 밖으로 튀어나가 버린다. “숨 좀 돌리고 합시다”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이내 혼잣말이 돼 버렸다. 고즈넉하다. 전형적인 농촌마을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어디선가 '탁! 탁! 탁! 탁!' 하는 소리가 귓전으로 밀려온다.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어르신이 팥 타작을 하고 있다.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유유히 흐르는 강을 한쪽 옆구리에 잡아 끼고는 팥을 털고 있는 촌로의 모습은 그림보다 더 그림 같다.

강릉 배나드리 마을~안반덕 구간

'배가 드나드는 마을' 뜻의 옛이름

아우라지 뱃사공의 애환 깃든 곳

겨울맞이에 분주한 산속길 지나

'송천' 강물 위로 펼쳐진 만화경

우뚝 솟은 암벽 사이 소나무 감탄

한겹 두겹 백두대간의 품에 안겨

바람에 속삭이는 갈대 소리 취해

발걸음 내딛으면 한폭의 그림 눈앞

■배나드리 유래 듣고 출발

말이나 붙여 볼 요량으로 다가가는데 언제 갔는지 사진부장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는 일을 거들고 있다.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무슨 얘기를 그렇게 신나게 하고 있는지 서로 알던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모습이 정겹다.

“암반데기에서 배를 만들고 놀거리에서 노를 저어서 배나드리에 와서 배를 댔어요. 마을 형국(모양)도 배 형국이에요.”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최학길(86) 어르신의 설명이다.

배나드리의 옛 이름은 배 선(船) 자에 건널 도(渡) 자를 써 '선도리(船渡里)'라고 불렀는데 풀이하자면 '배가 드나드는 마을(뱃나루 마을)'이라는 뜻이다. 도암댐에 없던 훨씬 이전 시절 이어진 강줄기를 타고 아우라지 뱃사공의 배가 이 마을 앞을 지나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4코스 총 길이가 14㎞는 족히 되니 노추산이 있는 이전 3코스 정도는 아니지만 만만히 볼 길이는 아니다. 어르신께 인사를 하고는 바로 4코스 여정에 나섰다. 마을 안쪽 대기3리 노인회관 오른쪽 길이 마치 코스의 시작점으로 보이는데 그곳으로 접어들면 절대 안 된다. 물론 얼마 안 가 이 길이 아니란 걸 깨닫고 다시 돌아오기는 하지만 말이다. 제대로 된 길은 배나드리교를 지나서 보이는 마을 입구에서 바로 오른편에 있는 나즈막한 등산로로 올라타면 된다.

■송천 강줄기 타고 go go

등산로 입구에 도착지점인 안반덕까지 거리가 5.62㎞ 남았다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이 푯말은 올림픽 아리바우길 이정표가 아니기 때문에 산에 오르지 않고 잘못해서 이 길을 따라가면 내내 차도를 걸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얼마를 걸었을까. 산이 별로 높지 않아 힘들지는 않은데 올림픽 아리바우길 4코스가 내내 송천을 타고 가는 길이라는 소문과는 뭔가 조금 다른 느낌이다.

가을의 중간쯤이라면 단풍 보는 재미로 걷겠지만 하필 가을의 끝물에 와서 그런지 산빛은 겨울 쪽에 더 가까워 스산한 느낌이다. 노추산을 올랐던 2주 전과 또 다른 모습이다. 코스가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길이 오른쪽으로 급하게 돌아서는가 싶더니 얼마 안 가서 허름한 창고 건물이 나타나고 그 건물을 머리 위로 잡아두고 다시 왼편으로 구부러진다.

뭔가 원래 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있으니 강이 보인다. 송천이다. 이제 제대로 된 4코스 길이 나온 듯하다. 그런데 시작부터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흐르는 강물을 발 아래 두고 서 있는 암벽 그리고 그 위에 우뚝 솟아있는 소나무의 모습까지 그 조화가 너무나 아름다워 발걸음을 옮기기 쉽지 않았다. 조금 전 산속에서의 아쉬운 마음은 이내 스르르 풀려 내렸다.

■아기자기한 풍경 쇼핑

가을을 떠나보내고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계절은 단풍의 아름다운 색들을 거둬들였지만, 강을 타고 펼쳐지는 만화경 같은 이곳의 풍경만큼은 감히 손대지 못한 모양이다. 마치 아기자기한 풍경들을 눈 안 가득 쇼핑하러 온 기분이다.

송천을 옆에 두고 길을 걷다 보면 강줄기를 가로 질러 강 건너편과 연결되는 작은 잠수교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잠수교 아래 뚫려 있는구멍으로 쏟아지는 물줄기의 향연을 보는 재미가 또 쏠쏠하다. 강에는 갈대들이 한가득 우거져 있고 그 위로 산들이 한 겹 두 겹 흐릿한 경계를 하고 강을 굽어보는 모습은 덤이다. 여기에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올림픽 아리바우길 표시를 달리 해놓은 강릉시의 센스도 풍경과 어우러져 눈길을 끈다.

얼마 안 가 4코스 골인지점인 안반덕을 10㎞ 정도 남겨둔 곳에 빨간색 우체통(바람부리길 247)을 만날 수 있다. 이 우체통은 너무 앙증맞아 주변을 CF 세트장으로 바꿔 버리는 마술을 부린다. 길을 따라 바람부리마을을 거쳐 오르막을 더 오르면 도암댐이 등장한다. 도암호를 끼고 도로를 걷다 다시 산길로 들어가야 비로소 4코스를 매조지할 수 있다.

3㎞ 남짓한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명불허전(名不虛傳)' 풍경이 그 자태를 드러낸다. 안반덕이다.

오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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