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올림픽 트레킹 로드를 가다]아우라지 애달픈 전설 가슴에 한가득 싣고서 바람과 다시 발 맞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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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올림픽아리바우길 2코스 ⑵

◇맨 위부터 올림픽아리바우길 2코스 인근의 기차 터널 모습. 아우라지역에서 구절리역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철길을 따라 펼쳐져 색다른 느낌을 준다. 아우라지역에서 송천을 따라가면 구절리역으로 이어진다. 때 묻지 않은 풍경들이 이어져 눈맛이 즐겁다. 관광객이 정선 여량 아우라지에서 줄배를 타고 강을 건너고 있다. 정선=김남덕기자

아우라지역이 또 다른 출발점

볼거리·먹거리 많아 쉼터 제격

구절리역 향햐는 길 열차가 동행

철길·마을길·산길·찻길 지나며

한꺼번에 여러 형태의 길 체험

정선에 있는 올림픽아리바우길 코스들은 역(驛)에서 시작해서 역으로 마무리된다. 1코스 나전역→아우라지역이 그렇고, 2코스의 나전역→아우라지역→구절리역 구간이 또 그렇다. 굳이 간이역들을 주요 포인트마다 배치한 이유는 뭘까. 나름 느낌을 정리해 보자면 나전역은 '추억', 아우라지역은 '전설', 구절리역은 '재미'로 고유한 주제어를 품고 있기 때문 아닐까 싶다. 아우라지역 앞에서 콧등치기 한 그릇 시원하게 들이켰으니 이제 '전설'을 타고 '재미'를 찾아 떠나는 올림픽아리바우길 2코스 두 번째 구간을 향해 출발하기로 했다. 앞으로 많은 코스가 남아 있지만 이 구간이 제일 헷갈릴 수 있는 곳일 것 같다. 강길을 벗어나 철길을 따라가다 마을로 접어들고, 또다시 산길을 타고 찻길을 한 번은 스쳐 지나야 코스를 매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꺼번에 여러 형태의 길을 모두 체험할 수 있으니 라온('즐거운'의 순수 우리말) 여행은 분명 장담할 수 있다.

# 아우라지역은 2코스 최고의 쉼터=아우라지역은 또 다른 출발점이다. 앞서 만난 나전역이 그런 것 처럼 이곳 역시 그냥 떠나기엔 왠지 모르게 아쉽다.

선물처럼 품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산도 있고 강도 있고, 볼거리, 먹을거리 다 모여있으니, 2코스 쉼터로는 제격인 듯하다.

“시간도 여유 있으니 조금 쉬었다 갑시다.”

반가운 목소리다. 나전역에서 출발해 꽃벼루재(본보 지난 14일자 22면 보도)까지 쉼 없이 넘어온 마당이니 조금 쉬었다 가자고 얘기할 참이었다. “구절리역에서 레일바이크를 타고 돌아오면 되니까 시간은 넉넉하다”는 논리(?)까지 준비해 놓고 말이다. 그렇게 기회를 엿보던 차에 먼저 얘기를 꺼내주니 마음은 한결 가볍다. “어디 한번 휘~ 휘~ 돌아볼까.” 그러고 보니 역 옆으로 큰 물고기 두마리가 보인다. 유명한 열차카페다. 물고기 이름은 어름치인가 보다. 카페 이름을 보니 그렇다. 옆구리로, 또 입으로 계단이 나 있는 모습이 재밌다.

“저기가 아우라지라고 했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어름치 카페 넘어 강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뒤에서 누군가 어~ 어~ 하면서 득달같이 소리친다. “그쪽으로 가려면 배낭 가져가세요.” 아우라지 강변이 구절리역으로 향하는 코스인 모양이다. 강에는 뱃나루에서 작은 목선을 타고 부지런히 강 건너를 오가는 이들, 멀리 돌아 걸어 강에 박힌 돌다리를 총총 넘어가는 사람들까지 꽤나 북적인다.

# 아우라지 전설 한 가락 듣고 출발=사실 아우라지는 정선의 고유지명인 줄 알았다. 아우라지 전설이 워낙 유명하니 의심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제 보니 일반명사란다.

두 갈래 물이 한데 모여 어우러지는 물목(물이 흘러 들어오거나 나가는 어귀)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뜻풀이를 알고 다시보니 모양새가 딱 그렇다.

왼편 강줄기가 구절천(송천), 오른편이 골지천이고 만나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그래서 아우라지다. 길을 나선다.

이내 한쪽을 응시하며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 손을 펼치고 서 있는 사내가 나타난다. 그 손 끝을 따라가니 강 건너 정자(여송정) 앞에서 하릴없이 이 사내를 응시하는 처녀의 모습이 보인다. 한 손으로 옷고름을 부여잡은 것이 애처롭기만 하다. 아우라지 총각상과 처녀상이다.

아우라지는 뗏목을 타고 떠나는 님과 헤어지는 이별의 장소였고, 강을 사이에 두고 사랑하는 님을 만나지 못하는 애절한 사연을 담은 정선아리랑 '애정편'이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그 장면들이 총각과 처녀상의 모습 속에서 깊이 배어 나온다. 시작부터 왠지 짠하다. 아우라지의 전설을 뒤로하고 발길을 재촉한다. 길을 타려면 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 끄트머리에 있는 여송정을 가까이에서 보니 더 멋스럽다. 조금 더 앞으로 나가니 또 다른 다리가 등장한다. 이 다리를 건너지 말고 그대로 직진. 그런데 난관에 봉착.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길인지 잡초가 무성하고 거칠다. 헛디디고 미끌. 얼마 안 가 기차 터널(아리랑고개)이 등장. “휴~ 이제 빠져나가나 보다.” 이정표를 보니 아우라지역에서 고작 1.5㎞를 걸었다. 구절리역까지는 8.5㎞.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 기차길 옆에 두고 가는 색다른 체험=그 다음은 기차길을 멀찍하게 오른편에 두고 걸으면 된다. 길을 따라가면 마을로 접어드는데 왼쪽에 있는 차도가 우리 길과 합쳐지려는 듯 점점 다가온다.

“어라? 그대로 가면 큰 길이 나오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정표는 다시 우회전을 가리킨다. 집 몇채가 보이고는 다시 좌회전. 그리고 나무데크를 깔아 놓은 길이 철로를 왼편으로 두고 앞으로 쭉 펼쳐진다. 군데군데 장승도 있고 솟대도 보이는 게 나름 운치 있다.

때마침 꽁지에 레일바이크를 길게 매단 열차가 우리 옆을 천천히 스친다. 이 열차도 구절리역이 목적지다.

오랜만에 동행을 만난 기분에 신이 나 손을 흔든다. 열차 안 사람들도 웃으며 반긴다. “저 사람들 이 더위에 뭐하는 거야?” 하는 표정과 함께.

나무데크 길 끝, 오른쪽으로 살짝 구부러진 기차길 옆으로 슈퍼가 나타난다. 철길 위의 오아시스다. 두 번째 휴식시간. 음료수 맛이 참 꿀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차도를 타고 조금 올라가다 보면 왼편으로 작은 다리가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흥터'로 들어가는 초입이다. 농토가 풍부하고 비옥해 '흥(興)하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흥터라 했다고 한다. 흥터를 가로지르는 길은 초반에는 그늘이 없어 다소 힘들 수 있지만 조금만 더 걸으면 솔밭에 푹 빠져 산림욕을 한껏 즐길 수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 그 다음은 다시 산길. 가물재 차례다. 흥터마을을 벗어나 차도로 걷다 보면 오른쪽 산으로 향하는 샛길이 나온다. 콘크리트로 포장돼 있던 꽃벼루재와는 영 딴판이다. 좀 더 야생의 모습이랄까. 아무튼 오랜만에 폭신 폭신한 땅길을 밟으니 기분은 좋다. 불쑥불쑥 튀어나온 나무와 야생화의 모습들도 정겹게 다가온다. 이러구러 걷고 또 걸어 가물재를 벗어난다. 또다시 차도다. 참 다이내믹하다. 길 옆으로 나무데크 공사가 한창이다. 드디어 구절리역. 여치카페 쪽을 바라보며 조금 숨을 돌리려고 하니 레일바이크 운행시간을 알아보러 간 일행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빨리 뛰세요.” 마지막 레일바이크 출발이란다.

오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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