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길이 20.5㎞ 전체 9개 구간 중 가장 길어
코스 출발지인 나전역 역사 옛 정취 가득
1960년대 돌아간 듯 … CF 속 장소로도 유명
진달래 가장 먼저 피는 벼랑 의미 '꽃벼루재'
버스가 다니던 옛길 따라 걷는 재미 쏠쏠
전망대서 바라본 마을 고즈넉한 풍경 선물
올림픽아리바우길 두 번째 코스는 전체 9개 구간 중에서 가장 긴 코스다. 총 길이는 20.5㎞. 1코스(본보 지난 7일자 20면 보도) 도착지점인 나전역을 출발, 꽃벼루재→아우라지역→흥터→가물재→구절리역에 이르는 구간으로 올림픽아리바우길 가운데 가장 짧은 8코스(명주군왕릉~송양초교·11㎞)의 두 배 거리다. 길이 너무 멀어 이런 후텁지근한 날씨면 살짝 각오하고 길을 타야 하지만 나무 그늘을 곁에 두고 걷는 곳이 많기 때문에 지레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올림픽아리바우길 2코스는 나전역→아우라지역 구간과 아우라지역→구절리역 구간으로 나눠 두 번에 걸쳐 싣는다
# 나전역…타임머신 탄 듯 1960년대로
나전역을 다시 찾았다. 얼마 전에는 1코스 골인 지점이라 첫 안내표지를 발견하고는 그저 반가웠는데, 이제는 새로운 코스의 출발점으로 재회하니 시작이라는 설렘을 한 술 더한 또 다른 반가움이 다가온다. 전에 봤던 똑같은 역인데 이제 보니 역 생김새가 참 예쁘다. 그냥 세트장이다. 내부 모습도 매한가지다. 역사(驛舍)문을 열고 들어서면 시간의 벽을 넘어 그대로 1960년대가 펼쳐진다. 난로와 나무의자 그리고 오래된 사무실, 차표 끊을 때 쾅쾅 하고 찍던 도장까지 풍경 하나하나가 정겹다. 벽면에는 여기서 찍은 영화, 드라마, CF를 안내하는 포스터가 빼곡히 붙어있다.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서태지다. 그러고 보니 서태지 굴욕 CF로 유명한 어느 통신사 광고도 여기서 찍은 모양이다. “아, 여기가 거기였구나.” 그 흔적을 찾아 또다른 문을 통과해 철길 쪽으로 향한다. 나무에 가려 안 보이더니 이내 서태지가 아저씨 소리를 들으며 한껏 무시를 당했던 장소, 그 나무 벤치가 보인다. 바로 옆에 흰 지붕을 이고 서 있는 나즈막한 공중전화 박스도 TV에서 본 모습 그대로다.
나전역을 서성인 지 20분 만에 완벽한 추억여행이다. 저기 50대로 보이는 남녀 한 쌍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는 웃음을 한껏 머금은 얼굴로 이야기꽃 만발이다. 분명 추억 나눔을 하고 있는 게다. 간이역 나전역에는 그렇게 서로 다른 추억들이 흐르고 있다.
# 정선 옛길에 올라타다
올림픽아리바우길 2코스는 시작부터 본편이다. 가장 인상적이던 꽃벼루재길로 바로 접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나와 그 옆에 설치된 올림픽아리바우길 코스 안내도를 기웃거리고 있는데 일행 중 한 명이 출발신호를 보낸다 “길이 멀어요. 이제 그만 출발합시다.” 더 이상 지체하다간 늦겠다 싶어 등산화 끈을 고쳐매고는 길 위에 바로 올라탔다. 나전역을 등에 지고 직진, 그러다 강(골지천)이 보이는 길 끝에서 오른쪽으로 턴. 강을 왼편에 잡아두고 조금 걷다 보면 다리(북평교)가 나오는데 다리를 건너 다시 우회전. 그리고 조금 더 걸으면 나전중학교를 만날 수 있다. 바로 꽃벼루재길 초입이다. 나전중학교를 우측에 끼고 산을 향해 나 있는 길을 걷는다. 10분쯤 걸었을까. 이내 꽃벼루재와 코스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를 보니 여기서 아우라지역까지는 6.8㎞. 나전역에서 벌써 3.7㎞를 걸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꽤 많은 곁가지 길이 등장하는데 그중에서 널찍한 길을 선택하면 틀림없이 제대로 가는 거다.
아주 조금씩 경사가 느껴진다. 길은 구불구불 낮은 오르막이다. 본격적인 코스로 접어들기 전에는 인가와 산을 개간한 경작지도 제법 많이 눈에 띈다. 꽃벼루재길은 딱딱한 콘크리트 길을 내내 걸어야 한다는 점은 아쉽지만 그것 말고는 만족스럽다. 국도가 만들어지기 전 북평면과 여량면을 잇는 통로 역할을 한 이 길은 예전에는 버스까지 다니던 길이었다고 한다. 산길 군데군데 도로 반사판이 설치된 이유도 그 때문인 듯하다.
# 꽃벼루재를 아시나요
꽃벼루재는 '진달래가 가장 먼저 피는 벼랑'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벼루'라는 단어가 강가나 바닷가에 있는 벼랑을 의미한다는데 이름 하나는 참 잘 지었다 싶다. 먹을 가는 벼루 모양을 닮아 그렇게 작명한 게 아닐까 생각하다가 제대로 된 뜻을 듣고 나니 길이 더 예뻐 보인다. 진달래가 가장 먼저 핀다는 것은 봄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는 뜻. 그런데 아직도 그때 왔던 봄을 부여잡고 있는 것인지. 어깨맞춤을 하고 길 옆에 도열한 나무들이 만들어낸 그늘 터널 안이 여간 시원한게 아니다.
마침 별책부록처럼 바람도 찾아왔다. 그 바람에 부닥치는 나뭇잎 소리는 흡사 파도 소리 같아서 몸보다 마음이 더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길가에 피어난 나리꽃을 보며 기분좋게 얼마를 더 걸으니 전망대 하나가 보인다. 꽃벼루재전망대다. 길을 벗어나 골지천 방향으로 나 있는 전망대. 그곳에서 멀리 바라다보이는 북평면의 어느 마을은 산을 등에 지고 강을 품에 안은 모습이 고즈넉하고 멋스럽다. 먹의 농담을 달리하는 것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흐릿한 산들의 경계도 참 곱다. 풍경에 취하다 정신을 차리고는 발길을 재촉했다. 얼마를 걸었을까. 두 번째 전망대를 지나고 나니 북평면과 여량면을 좌우로 4.5㎞로 남긴 지점을 일러주는 이정표가 보인다. 그런데 그 앞에 공터 같은 곳을 조성하는 작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설명을 들으니 매년 칠월칠석 북평과 여량면 주민들이 이 경계에서 만나 작은 축제를 연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 공간인 것 같다고 한다. 얘기만 들어도 정겹다. 마지막 전망대가 보이는 걸 보니 이제 꽃벼루재길의 막바지다. 그런데 전망대 직전에 옆으로 샛길 하나가 보인다. 그 길이 원래 2코스를 따라 가는 길이다. 잘 안보여 왠만하면 놓칠 수 있다. 그래도 큰 길을 따라가면 어느 지점에서건 만나게 되니 걱정 안 해도 된다. 산길을 벗어나자 민가들이 보인다. 마침내 아우라지역. 그 앞에 여량5일장에 있는 한 식당으로 일단 발길을 옮긴다. “콧등치기 4개 주세요.”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