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아라길~강릉 바우길 코스
구절리역 출발 노추산 정상 넘어
산세 장엄 곳곳 율곡·설총의 흔적
오색 단풍 사이로 하얀 자작나무
수많은 못·계곡 절경 탄성 자아내
모정탑길 걷다 보면 어느새 종착
올림픽 아라바우길 3코스는 정선(아리길)에서 강릉(바우길)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올림픽아리바우길 1·2코스의 아름답고 달콤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걷다가는 큰코다친다. 단단히 맘먹고 길을 떠나도 떠나라는 소리다.
10월17일. 다시 구절리역이다.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물감을 뒤집어쓴 노추산의 가을 그 한가운데로 들어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오전 11시반. 지도를 펼치고 전체 코스를 훑어 보니 트레킹을 다 마치고 나면 변변히 밥 먹을 곳이 없을 것 같다. 이른 점심을 먹고 떠나기로 합의, 구절리역 바로 맞은편 곤드레나물밥 식당에 들어가 앉았다. 주문도 하기 전에 노추산에 대해 슬쩍 물었다. “노추산 오르는데 힘들지 않죠?” 바람 담긴 질문이다.
“노추산 가시려구요? 하이고 글쎄요… 그렇게 쉽다고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못 오를 정도도 아니고.” 뜨뜻미지근한 대답. 설렘으로 가득 차올라 찰랑거리던 마음은 이내 엄습하는 불안감으로 채워진다. “산길이야 원래 다 그런 거고. 그런데 조금 늦은 거 아닌가 모르겠네. 차라리 레일바이크를 타지 그래요.”
#노추산 정상 가는 3코스 어디로 갈까
곤드레나물밥을 다 비우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식당 사장님 얘기가 살짝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아무튼 날씨는 기가 막히다. 바로 옆 슈퍼마켓에 들러 주섬주섬 비상간식을 챙겼다.
구절리역부터가 3코스 시작점이기 때문에 지체 없이 길에 올랐다. 우리를 호위라도 하듯 양옆으로 도열해 있는 산자락의 자태는 색깔 옷을 걸쳐 입어선지 멋들어져 보인다. 이제 우리는 저기 멀리 보이는 노추산의 일렁이는 단풍 물결 속으로 빠질 일만 남았다. 발걸음에 힘이 실린다. 그런데 고민 하나가 우리 앞을 가로막는다. 바로 코스를 정하는 것이다. 구절리역 앞에서 만난 이들은 구절교 바로 직전에 보이는 삼거리 식당 우측으로 이어지는 길이 제일 낫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아름다운 '오장폭포'를 한번 훑고 가는게 어떠냐고 그 길을 추천한다. 물론 그 중간에 등산로가 한 곳 더 있기는 하다.
이 세 곳 중에 한 곳을 택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제일 먼저 들은 제안이 더 끌렸다. 솔직히 끌렸다기보다는 그 길이 제일 쉬울 것이라는 말에 혹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이제 코스가 정해졌으니 풍경들을 자세히 볼 차례다. 꽤나 예쁘다. 강원도의 가을산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모습들이다. 단풍의 색들이 흘러넘칠 것 같이 화려하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밋밋해 보이지도 않는다. 적당히 단아하고 우아하다. 어느새 멀리 삼거리 식당이 등장한다. 설명대로 구절교 가기 직전 오른쪽에 또 다른 도로가 보인다. 오장폭포, 노추산 등산로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도 함께 서 있다.
#이성대 찍고 노추산 정상으로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오른편으로 방향을 꺾었다. 이곳으로 접어드니 산들이 눈 옆으로 바짝 다가온다. 단풍색이 밀려내려와 땅에 묻을 정도로 가깝다. 따로 인도가 없는 차도라서 걷기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 길에서도 나름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얼마를 걸었을까. 몇 굽이를 지나자 왼편으로 노추산 등산로가 등장한다. 호흡을 가다듬고 산길에 올라 탔다. 노추산 정상 높이는 1,322m다. 산 꽤나 탔던 분들 얘기를 들으니 그렇게 쉽게 생각할 곳은 아니란다.
노추산은 강릉시 왕산면과 정선군 북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인근의 사달산, 상원산 등이 둘러싸고 있어 산세가 장엄하다고 알려져 있다. 신라 시대 설총이 노나라에서 태어난 공자와 추나라에서 태어난 맹자를 기려 노추산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설총과 율곡 선생이 입산 수도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막상 산행을 시작하니 노추산의 가을은 멀리서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나지막이 자리 잡은 단풍나무의 색깔이 핏빛처럼 빨갛고 선명하다. 그 색들의 향연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아마도 높은 나무들이 이 색들을 꽁꽁 싸매고 있었던 모양이다. 개인 차는 있겠지만 산세가 험해 쉽게 산행을 할 만큼 그리 녹록치 않아보인다.
이러구러 오르다 보니 어느새 이성대(二聖臺)다. 정상에 다 왔다는 신호다. 이성대는 2층으로 된 목조건물인데(원래는 움막집이었다고 한다) 공자와 맹자를 흠모해 조선 시대 율곡선생의 후학 박남현이 유림의 도움을 얻어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율곡선생과 설총을 모신 위패가 나란히 모셔져 있다.
#어머니의 사랑 가득한 모정탑
멀리 표지석이 보인다. 이성대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노추산 정상에 다다른다. 이성대에서 한참 쉬고 올라오는 길이기는 하지만 정상을 찍은 기념으로 조금 더 쉬고 하산길에 들어섰다. 마음이 홀가분하다. 이제 내리막길이니 중력에 몸을 맡길 일만 남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길이 엄청나게 가파르다. 낙엽이 쌓여 길을 덮어 버렸는지 어디가 제대로 된 길인지 분간도 되지 않는다.
한바탕 몸개그들을 하며 내려오니 드디어 너른 길이 나온다. 노추산과 모정탑길로 갈라지는 갈림길이다. 이정표도 세워져 있는데 모정탑길까지 3㎞ 남았단다.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길도 꽤나 널찍하다. 단풍 사이 군데군데 하얀 자작나무가 등장하는데 너무 뜬금없이 웃음이 흘러나왔다. 산 아래로 발길을 옮길 때 마다 그야 말로 절경들이 펼쳐진다. 고생을 한 후라 그런지 경치가 다 예뻐 보인다.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포인트들도 곳곳에 널려있다.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한 관광객들은 사진 찍기 삼매경이다.
걸음을 옮길수록 수많은 소(沼)가 나타나는데 왜 이런 곳이 그동안 유명해지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빨간 낙엽이 물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며 걸음을 재촉했다. 드디어 조금씩 돌탑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뒤로 500m의 계곡을 타고 어른키 높이의 돌탑 3,000여개가 펼쳐지는데 바로 '모정탑길'이다. 집안에 우환이 끊이질 않던 차순옥씨가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며 26년간 눈물로 쌓아 올린 탑이라고 한다. 모정탑길을 벗어나면 산행은 마무리된다. “자, 조금 더 걸어야 됩니다” “아뿔싸” 그러고 보니 여기가 아니라 배나드리마을이 3코스 종착점이다.
오석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