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가까이 계속되는 식수와 농업용수난 등에 주민들이 지쳐 가고 있었다.
지난 밤 내린 소나기의 흔적이 사라지고 다시 강한 빛이 내리쬐던 28일 춘천시 서면 당림2리 마을은 바짝 마른 상태였다. 서광식(57) 당림2리 이장이 이날 오전 춘천시 서면사무소에서 받아와 마을 초입 자신의 집 앞에 쌓아둔 생수는 방송 직후 동이 났다. 주민들이 이용하던 지하수도 바짝 말랐기 때문이다. 더욱이 바짝 마른 땅에서 기계로 퍼올린 지하수에는 흙까지 섞여 있어 위생상태마저 엉망이다. 한 주민은 “비릿한 냄새가 나서 먹기 어렵고 씻어도 그 냄새가 몸에 남아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그나마 지난 27일 내린 소나기에 30톤의 물탱크가 계곡물로 채워져 주민들은 이물질이 탱크 아래쪽에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상태였다. 서광식 이장은 “내년께 완료되는 생활용수사업이 예정기간 내 이뤄지기만을 바라는 상태”라며 “소나기로 받은 물로 버틸 수 있는 날은 그리 길지 않다”고 했다. 끝모를 가뭄에 밭작물도 위기에 직면했다. 원주 우산동에 위치한 한 농가의 복숭아나무에는 겨우 자두만 한 복숭아가 빨갛게 익은 채 매달려 있어 다음 달 수확이 어려워졌다. 복숭아 농사를 짓는 김창순(여·70)씨는 “작은 복숭아는 맛도 없고 상품 가치도 없다. 올해 복숭아 농사는 망했다”고 토로했다. 또 원주시 문막리 건등리에서 벼와 옥수수 농사를 짓는 김인식(61)씨도 “7월 문막 옥수수축제를 해야 하는데 수확은 지난해 대비 10%가량 줄 것으로 보인다”며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답해 했다.
오윤석·최나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