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피해지 산림 조사해보니
임산물 채취 등 경제적 목적
소나무로 지나치게 치우쳐
"단순림 피해 키웠다" 입증
"침엽수·활엽수 분배 복원"
소나무 단일 수종으로 구성된 숲이 강릉·삼척 산불 당시 강력한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본보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산불 피해지의 수종 90% 이상이 발화 시 인화물질이나 다름없는 소나무 단일 수종이었다.
22일 산림청과 강릉시 등에 따르면 강릉 산불 최종 피해면적 252㏊의 산림 수종 비율은 소나무 등 침엽수가 95%, 활엽수가 5%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심각지역 56㏊ 역시 침엽수 비율이 95%로 압도적이었다. 피해 침엽수림에는 일부 잣나무, 낙엽송 등이 섞여 있지만 개체 수는 매우 적은 편이다. 삼척 산불의 경우 전체 피해 면적 765㏊ 중 70%가 소나무였다. 특히 피해 심각지역 270㏊의 경우 소나무 비율이 79%에 달했다. 피해 심각지역 내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여 있는 혼효림의 비율도 20%에 달해 실제 불에 탄 소나무는 훨씬 많을 전망이다.강한 휘발성 물질인 테라핀이 20% 이상 함유돼 있고 나무 최상단까지 빠르게 화염에 휩싸이는 수관화(樹冠火) 현상을 일으키는 소나무에 편중된 동해안 숲의 특성이 대형 산불의 발단이 된 셈이다.
동해안 산림이 소나무로 지나치게 치우친 이유는 동해안의 기온 분포 등 기후 특성이 소나무 식생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소나무는 목재 이용, 임산물 채취 등의 경제적 가치가 커 사유림에 많이 심는다.
하지만 이번 산불을 통해 소나무 단순림이 피해를 키웠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숲의 구성을 체계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현일 동부지방산림청 자원조성팀장은 “소나무가 동해안의 기후, 토양에 적합하고 경제적, 경관 가치가 높아 우선 조림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피해림 복원사업에는 침엽수, 활엽수를 적절히 분배해 산불 위험성을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윤호·윤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