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기획-2017 산불리포트]소나무 자체가 강력한 인화물질 골든타임 30분 초기진압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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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도깨비불 원인과 대책

◇17일 강릉 산불피해지역인 성산면 관음리에서 농민들이 가뭄에 농작물이 타들어가지 않도록 물을 뿌리고 있다. 뒤로 시커멓게 탄 산림이 보인다.강릉=권태명기자

송진에 휘발성 물질 20% 이상 함유

'수관화 현상'으로 불기둥 만들어내

소나무에 편중 숲 체질개선 필요

강릉 산불은 7㎞를 이동하면서 도심에 큰 피해를 입혔다. 높이 20m 이상의 불기둥을 봤다는 주민 목격담도 있었다.

불기둥과 도깨비불은 동해안 대형산불의 특징적인 현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휘발성이 강한 소나무의 특징과 봄이면 강풍이 부는 영동의 지형적 특성이 더해지면서 극대화되고 있다.

소나무 송진에는 강한 휘발성 물질인 테라핀이 20% 이상 함유돼 있다. 소나무 자체가 강력한 인화물질인 셈이다.

더욱이 소나무는 활엽수와 달리 사시사철 잎이 있어 나무 최상단까지 빠르게 화염에 휩싸인다.

이른바 수관화(樹冠火) 현상으로 높은 화력의 불기둥을 만들어낸다.

국립산림과학원 권춘근 박사는 “침엽수는 활엽수에 비해 발화점이 100도 이상 낮아 산불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소나무 산림에 강한 바람이 더해지면 대형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는 셈이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소나무 숲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면 공기가 산의 형세, 나무 배치 등에 영향을 받아 순환하고 대류현상이 일어난다”며 “숲 속 산소가 타버려서 공기의 흐름이 더욱 요동치며 불기둥이 일어나 이리저리 불을 옮긴다”고 말했다.

비화(飛火) 현상인 도깨비불 역시 강풍의 영향이 크다.

이시영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동해안 산불은 봄철 편서풍의 영향으로 건조한 상태에서 소나무 수관화(나무 상층의 잎들이 타는) 현상과 함께 솔방울이나 낙엽들로 인해 날아다니는 패턴”이라고 말했다.

자연현상인 강풍의 경우 인위적인 대책을 세우기 힘들고 소나무에 편중된 숲은 장기적인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산불 진화의 골든타임은 30분으로 본다. 결국 불기둥과 도깨비불이 발생하기 전 초기 진압이 가장 중요하다.

서재철 위원은 “삼척 산불의 경우 오전 11시42분에 났지만 총력 진화는 오후부터 시작됐다”며 “산불이 나면 지형, 기상 정보 등을 종합해 '크게 번지겠다', '아니다'를 상황실에서 판단하고 총력 초기 진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기영·정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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