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지점서 3시간만에 7km 이동
큰불 잡은 뒤 강풍에 되살아나
발목 깊이 쌓이 솔잎 피해 키워
지난 13일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산 243번지 중턱, 키 1m 정도의 소나무 수십그루가 불에 그을리고 탄 채로 방치돼 있었다.
산림청과 경찰은 선을 긋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곳은 지난 6일 오후 3시27분 강릉 산불이 처음 시작된 지점이다.
산림청 산불피해조사팀이 분주하게 현장을 분석했고 전날에는 강원경찰 과학수사대도 다녀갔다.
산 아래로는 강릉 시가지가 보였다. 최초 발화지점에서 30m가량 내려가자 불이 옮겨붙은 소나무군락지가 나타났다. 최초 발화지점의 도깨비불이 한번에 30여m를 날아간 것이다. 최초 신고자 강봉호(69·강릉시 포남동)씨는 “연기가 보여 신고를 했더니 20분 뒤 산 정상부가 빨간 불길로 뒤덮였다”고 말했다.
당시 산불은 바람을 타고 1시30여분 만인 오후 4시56분께 산 아래 성산면 관음리 일대로 번졌다. 관음리에서 14채의 주택을 태운 산불은 오후 6시33분께 강릉 도심인 홍제동 우미린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산불 발화지점과 홍제동 일대는 직선으로 7㎞ 거리다. 불이 3시간 만에 7㎞를 이동한 것이다. 도심인 홍제동은 19채의 주택이 불에 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강릉시는 산불 발생 이후 27시간가량 지난 6일 오후 6시께 완진을 선언했다. 하지만 3시간 만인 밤 9시께 성산면 금산리, 어흘리 일대에서 다시 불길이 치솟았다.
재발화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성산면 금산리의 한 암자 뒤편 야산은 주로 소나무로 이뤄져 있었다.
산에는 발목이 빠질 정도로 솔잎이 쌓여 있었다. 본보 취재진이 3개 지점에 쌓인 솔잎 두께를 측정했더니 6㎝, 7㎝, 9㎝였다.
인근 보광리의 재발화 지점 역시 솔잎과 나무껍질 등이 뭉쳐져 7㎝ 두께로 쌓여 있었다. 산림 당국은 당시 큰 불길이 잡혔으나 솔잎 아래에 숨어있던 잔불이 강풍으로 인해 살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척 산불은 강릉 산불보다 앞서 6일 오전 11시42분에 발생했다.
삼척 산불은 산림 270㏊가 불에 타 강릉 산불 피해면적의 5배가 넘는다. 삼척 산불은 불기둥이 산 바람 방향에 따라 옮겨 다니며 확산됐다. 주민 이희경(여·74)씨는 “산을 올려다보니 오른쪽과 왼쪽에서 동시에 불기둥이 올라온 후 옮겨 다니며 양옆으로 퍼져나갔다”고 말했다.
최기영·정윤호·윤종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