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기획-2017 산불리포트]토사유출·동식물 집단폐사 5년후에도 계속되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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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원인과 생태계 피해

◇고성 산불은 1996년 4월23일 고성군 죽왕면에서 발화해 25일까지 고성군 일대의 산림 3,834㏊를 태운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산불이다. 5년 후인 2001년 11월 송지호 인근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인 재첩이 고성산불지역에서 흘러든 산불 잿더미로 하얀 속살을 드러낸 채 집단 폐사, 무덤을 이루고 있다. 강원일보DB

강릉·삼척을 휩쓴 대형산불로 산림 327㏊가 잿더미가 되고 84명의 이재민이 집을 잃었다. 산불로 향후 수십년간 막대한 토사유출과 생태계 파괴 등의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강원일보는 강릉·삼척 산불과 관련해 현장취재, 주민 심층면접, 기상 및 산림특성 분석 등을 총동원, 동해안 산불의 원인과 특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대형산불의 예방과 산림정책의 문제점, 생태계 복원방안 등을 제안한다.

바람타고 이동한 '도깨비불'

건조한 날시 더해져 피해 급증

■토사유출·생태계 변화=국립산림과학원이 1996년 고성 산불 피해지와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지에 대한 생태연구조사를 실시한 결과 산불 발생 5년 후에도 산불발생유역이 비발생유역보다 강우 시 유출량이 1.2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토사 유출량은 산불 피해 후 1~2년 동안 매우 심한 것으로 나타나 토사유출 방지 사방구조물 등의 복구는 산불 피해 초기에 이뤄져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시간이 지나며 포유류의 다양성이 감소하고 곤충은 산불 피해 직후 다양한 식생이 들어와 풍부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성은 점차 줄어들었다. 산불 피해목의 생리적 특성을 조사한 결과 3년차까지는 고사목이 계속 발생했다.

■불기둥과 도깨비불=동해안 산불의 특징적인 현상은 수십m 높이의 '불기둥'과 하늘을 나는 '도깨비불', 눈에 보이지 않고 땅속에 숨은 '잔불'로 요약된다.

주민 어광우(50·강릉시 홍제동)씨는 “불기둥이 여성의 긴 머리카락이 휘날리듯이 춤을 추며 이 산 저 산의 나무들에 들러붙었다”고 말했다. 도깨비 불이란 불씨가 바람 등을 타고 날아다니는 비화(飛火) 현상을 말한다. 홍제동 주민 최선만(66)씨는 “불꽃이 4차선 도로를 넘어 반대편 산에 옮겨붙는 것을 봤다. 말 그대로 도깨비불이었다”고 말했다.

불기둥·도깨비불의 원인을 찾는 것이 산불을 막는 첫번째 과제다. 이시영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봄 편서풍의 영향으로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고 나무 수분상태가 15% 미만이 돼 불이 붙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최기영·임재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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