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피는 물보다 진하다<1043>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혈장 전체 햘액서 55% 차지

단백질 다량 물보다 점도 5배

피는 체중의 약 8%(성인의 경우 보통 4~6ℓ)를 차지하고, 혈관을 통해 온몸을 순환하면서 각 조직과 기관에 산소와 영양소, 호르몬 등을 몫몫으로 대주고, 이산화탄소나 요소 따위의 노폐물을 나른다. 혈액(Blood)은 혈장과 혈구로 이뤄지고, 혈장(血漿·Plasma)은 전체 혈액의 55%를 차지하고, 단백질, 지방, 당, 비타민, 무기염류 등이 녹아 있으며, 나머지 혈구(血球·Blood corpuscle)는 피의 45%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으로 구성된다. 혈장은 많은 단백질이 녹아 있어 일반적인 물보다 5배 정도 점도(粘度)가 높고 누르스름하니 이는 “피(DNA)는 물보다 진하다(Blood is thicker than water)”는 말이 백번 옳다. 혈장의 산도(pH)는 평균 7.4이고 삼투압은 0.9%다. 즉, 인간 혈액의 염분농도는 0.9%이며 이와 같은 소금물을 생리식염수(Normal saline)라 한다. 그리고 혈액을 시험관에 넣어 두면 응고해 응혈이 되고, 이것이 수축해 암적색의 덩어리인 피떡(혈병·血餠)과 담황색의 투명한 액체인 혈청(血淸·Serum)으로 분리되며, 혈청 중에 함유돼 있는 알부민(Albumin)과 글로불린(Globulin)단백질 탓에 피가 무척 끈적끈적한 것이다. 이래저래 과학적으로 단백질과 염분 때문에 피는 물보다 훨씬 더 짙다. 실제로 이 말은 내림하는 '혈육의 정이 깊음'을 이르는 말임을 독자들은 이미 잘 알고 있겠지. 아무렴 붉은피톨(적혈구)은 피의 대명사다. 혈액세포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적혈구이고, 적혈구(赤血球)는 지름이 7~8㎛(1㎛는 1/1,000㎜)로 모세혈관을 겨우 지날 수 있는 크기다.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것이 도넛(Doughnut) 꼴을 하니 모든 포유류의 적혈구가 다 그렇다. 처음 골수(骨髓)에서 만들어질 때는 핵(核·Nucleus)이 있었으나 적혈구세포가 성숙하면서 핵을 잃어버린 대신 그 자리에 헤모글로빈(Hemoglobin,Hb)이 들어찼다.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운반하는 데 중요한 것이기에 결국 핵이 없어진 것은 되레 유리한 적응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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