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쓸개 빠진 사람<1041>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쓸개 담즙 저장역할 소화 도와

담석증 영향 수술 잘라내기도

와신상담의 쓸개를 보자. 자기 이익을 위해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을 가리켜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 하고, 몹시 놀라 섬뜩함을 '간담(肝膽)이 서늘하다' 하는데 이 같은 말에서도 간과 쓸개는 아주 가까이 이웃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간담상조(肝膽相照)란 간과 쓸개를 내놓고 서로에게 내보인다는 뜻으로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친하게 사귐을 뜻한다. 쓸개(담낭·膽囊·Gall bladder) 내면의 점막은 가로 세로로 가느다란 정(井) 자 주름이 지고, 길이 약 7~10㎝ 정도로 간 아래쪽에 붙어 있으며, 간에서 만들어져 분비되는 쓸개즙(담즙·膽汁·bile juice)을 농축(6~10배 정도)하고 저장(약 50㎖)하는 일을 한다.

또한, 쓸개는 본디 무척추동물엔 없고 척추동물에 있는데 그중에서도 초식하는 말, 사슴, 코끼리, 낙타, 집비둘기 등에는 숫제 없다.

간에서 생성된 쓸개즙은 쓸개에 저장하였다가 이자(췌장·Pancreas)액과 함께 쓸개관(담관·Bile duct)을 지나 C자 모양의 십이지장유두(十二指腸乳頭)로 나간다.

음식을 먹기 시작하여 30분 내에 쓸개를 불끈 짜서 담즙을 모두 방출한다. 그런데 담석증으로 쓸개를 몽땅 잘라낸 '쓸개 빠진 놈'이 된 필자는 담즙이 시도 때도 없이 줄줄 흘러 내려가 음식이 없는 텅 빈 창자를 자극한다. 특히 대장이 많이 상한다 하여 대장내시경을 자주 해야 한다. 쓸개와 관련된 가장 흔한 질병은 담석증이다.

담석(膽石·Gall stone)이 쓸개관(담관)에서 생기기도(달라붙기도) 하지만 주로 담낭에서 발생한다. 담석증상이 심하거나 급성담낭염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하면 쓸개를 제거한다.

사실 쓸개즙은 지방의 소화를 간접적으로 돕고, 수술 후 3개월만 지나면 간으로부터 나오는 간관과 쓸개에서 나오는 쓸개관이 합하여 된 총담관(總膽管) 이 부어올라 쓸개 몫을 하기에 생명에 지장이 없다. 담석은 크게 둘로 구분하니 콜레스테롤담석(Cholesterol stones)이 약 80%, 색소담석(Pigment stones)이 2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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