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귀지 일부러 파지 말아라<1039>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땀샘 기름기 섞여 귀지 만들어

귀 바깥으로 저절로 밀고 나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란 말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속담으로 어떤 사실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해도 됨을 이른다.

다시 말해서 정해 놓은 것이 아니고 둘러대기에 따라 다르다는 말이요, 하나의 사물이 양쪽에 관련되어 어느 한쪽으로 결정짓기가 어렵다는 말. 내 귀는 하나의 조개껍데기, 그리운 바다의 물결 소리여!

까마득히 머나먼 반세기 전 대학생 때의 일이다. 나이 지긋한 여승(女僧) 한 분이 자상한 얼굴로 한참 날 뜯어보더니만 '학생은, 참 귀만 좀 컸으면 나무랄 데가 없는데…' 하고 스쳐 지나가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이 이렇게 오래 남아 여태 귓가에 맴돈다. 귀가 작아 박복(薄福)하여, 일찍이 아버지 여의고 모진 고생하면서 공부하겠다는 뜻이었을까? 물론 스님이 말한 '귀'는 이각(耳殼) 또는 이개(耳介)라고도 부르는 '귓바퀴'를 뜻한다.

귓바퀴의 둘레(귓전)는 안으로 조금 말리고, 그 안은 조글조글 구겨진 주름이 잡혀 음파 모음에 중요한 구실을 하니,

밀랍(Wax)으로 주름 새새를 말끔하게 메워 보면 그것의 역할을 안다. 그리고 토끼나 당나귀 따위는 귓바퀴를 쫑긋 세워서 이리저리 소리 오는 쪽으로 방향을 틀지만 사람은 세 개의 인대와 여섯 개의 근육으로 된 동이근(動耳筋)이 퇴화하여 흔적기관으로 남았다. 그러나 더러는 그것을 좀 움직이는 이가 있고, 자꾸 연습하면 조금은 는다고 한다.

외이도는 길이 25~35㎜, 지름 7~9㎜로 단면은 난원형이면서 S-자형을 한 관으로, 이는 전체적으로 보아 모래시계(Hourglass)를 닮아 고막 근방이 약간 잘록해지면서 아래로 처진다.

바깥귀길에는 가는 털이 많이 나며, 끈적끈적한 회갈색에 가까운 귀지(Earwax)를 만드는 땀샘이 변형된 이도선(耳道腺)과 반드르르한 기름기를 분비하여 외이도를 마르지 않게 하는 피지선(皮脂腺)이 있다. 귀지는 바싹 마른 건조귀지와 축축한 습성귀지가 있고, 귀지는저절로 밀고 나오니 일부러 후벼 파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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