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명 다한 적혈구 간에서 분해
노란 빌리루빈으로 변해 배출
쓸개를 잘랐다고 해서 담석증이 끝나지 않는다. 물론 병이란 다 체질(소질)에 따른 것이라, 필자의 간에선 여전히 별똥별처럼 잔뜩잔뜩 쏟아내니 돌덩어리가 쓸개관을 틀어막고, 복통에 때굴때굴 구른다. 내시경을 입에서 식도, 위를 지나 십이지장(샘창자)유두로 쑤셔 넣어 쓸개관의 돌들을 갈퀴질하듯 쓱쓱 끌어내린다.
그러나 이제는 담석을 녹이는 약을 삼시세끼를 꼬박꼬박 먹으니(두고 봐야겠지만) 지금껏 수 삼년을 아무 탈 없이 손 놓고 지내니 살판났다. 의약이 날 살려주었다! 너무 감지덕지(感之德之)하다.
그렇다면 쓸개즙(담즙)은 무슨 색일까? 적혈구(붉은피톨)는 우리 몸속의 큰 뼈다귀(두개골, 척추, 골반 등)에서 만들어지고, 그것이 120여일간 살고 나면 죽어 파괴되고 만다. 수명이 다한 적혈구의 헤모글로빈(Hemoglobin)이 간과 지라에서 분해해 빌리루빈(Bilirubin)이 되는데, 쓸개즙은 빌리루빈 농도가 아주 짙기에 초록과 옅은 누르스름한 색을 띤다. 빌리루빈을 설명하는 데는 황달(黃疸·Jaundice)이 제격이다. 담즙이 쓸개관을 타고 술술 내려가지 못하고 되레 몸 안을 빙글빙글 도는 것이 황달이요, 그래서 얼굴이나 눈 흰자위, 피부가 누르스름한 '똥색'이 된다.
다쳐 피멍이 들었을 때도, 처음엔 퉁퉁 부으면서 검푸르렀던 멍울이 며칠 지나면 가라앉으면서 누르스름해지지 않던가. 그러고는 대식세포(大食細胞)가 야금야금 먹어 치우니 멍이 말끔히 낫는다. 신비스러운 우리 몸이다! 빌리루빈도 그냥 두면 독성을 띠기에 서둘러 생기는 족족 꾸준히 배설해야 한다.
간(肝·Liver)이나 지라(비장·脾臟·Spleen)에서 적혈구 분해로 생긴 이것이 간→쓸개관→샘창자로 내려간 것은 대변으로, 콩팥→방광→요도를 거친 것은 소변으로 나간다. 말해서 적혈구의 추깃물(송장이 썩어서 흐르는 물)이 빌리루빈이요, 그것이 대소변의 색깔을 이룬다. 다시 말해서 똥오줌의 색은 적혈구가 죽어 생기는 빌리루빈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