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가철 대목에도 옥수수 안자라 수확도 포기
블루베리·콩 등도 수확량 줄어 농민 한숨만
지난 11일 오전에 찾은 인제군 남면 관대리 옥수수·블루베리 특화마을. 여름휴가철 대목을 앞두고 본격 출하될 옥수수 수확을 준비해야 할 들녘은 농민들의 한숨으로 가득 찼다.
7월 초·중순이면 어른 키를 훌쩍 넘기고도 남아야 할 옥수수 줄기는 허리춤밖에 닿지 않았고, 속이 꽉 차야 할 옥수수는 붉은 수염이 마르지 않은 채 서 있었다. 농민들은 “장기간 가뭄으로 옥수수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데다가 상품으로 내다팔 수 없을 정도로 알맹이가 차지 않아 수확을 포기한 상태”라며 “옥수수 특화마을이라 매년 옥수수로 가구당 1,000여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렸지만 올해는 한푼도 만져 볼 수 없는 등 한해 농사를 망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블루베리 또한 가뭄에 수확량이 곤두박질쳤다. 구본준(48)씨는 “해마다 3,300여㎡ 면적의 블루베리 밭에서 1,500여㎏을 수확했지만 올해는 900㎏ 정도에 그치는 등 전체적으로 수확량이 30% 가량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양호 담수지역 인근 밭에 심어진 콩도 사정은 마찬가지. 짙은 녹색으로 밭을 덮어야 할 콩들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듬성듬성 힘겹게 자라고 있었다. 가뭄에 밭이 시멘트 바닥처럼 단단하게 굳어 있어 작물을 심을 엄두를 내지 못해 묵히고 있는 밭이 관대리에만 6만6,000여㎡에 달한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심영근 이장은 “소양호가 마을 앞에 있는데도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어 그림의 떡”이라며 “앞으로 하늘만 쳐다보고 농사를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마을에 저수지를 만들어 줘 농민들이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제=권원근기자 stone1@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