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수도 보급 안되고 계곡물 마르며 식수 확보 비상
시 비상급수반 운영 … 주민 “지하수 개발 고려해야”
지난 12일 오후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 나눔의 집에서 500m 떨어진 뒷 야산 기슭의 계곡.
물이 흘러야 할 이 자리에는 이끼가 말라 비틀어진 바위와 주먹만한 돌만 가득했다. 이 계곡물은 배관을 타고 무의탁 노인과 어린이, 지적장애인 50여 명이 생활하는 나눔의 동산과 주민 1가구의 유일한 식수원이지만 총용량 15톤의 물탱크에는 3톤 이상 차 본 적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눔의 동산에서는 먹거나 씻는 용도 이외에 물은 아예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시설에서 나오는 세탁물은 지난달부터 이틀에 한 번꼴로 시내의 빨래방에 가서 세탁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재숙 나눔의 집 원장은 “나눔의 집 설립 22년 만에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며 “하루빨리 비가 내려서 물만큼은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정은 춘천시 서면 당림2리 마을 주민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일 오전 취재진이 마을을 방문해 가정의 수도꼭지를 돌려봤지만 물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마을 정상에 있는 계곡(취수원)이 다 말라 버렸기 때문이다. 별 수 없이 시에서 비상급수반을 편성해 지난달 2일부터 120톤의 물을 트럭에 실어 나르고 있다.
마을 주민 송병철(79)씨는 “춘천시에서 물을 가져다줘도 이틀 정도면 물이 끊긴다”고 하소연했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땅 밑 깊숙한 곳의 두꺼운 암반을 뚫어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다.
시 관계자는 “당림2리는 비용 등의 문제로 아직 상수도 보급계획은 없지만 지하수 관정 개발을 통해 향후 식수난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최기영·강경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