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빗길에 순환도로를 달리다가 미끄러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폐차를 하고, 부러진 뼈를 이어 맞추고, 석고붕대를 감고는 이틀 만에 병원을 나섰다.
아침이었는데, 내 발소리가 크게 들렸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두런두런했고, 나뭇잎 사이로 봄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때부터 어른이 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세상을 진지하게 들여다볼 용기가 생겼다.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루하루를 참 소중하게 만들어 주었다.
어느 일기엔가는 훌륭하게 살고 싶다고 썼던 것도 같다.
그래서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쓰는 일은 그러므로 내 삶을 가치 있게 바꾸어나가는 일이었다.
고맙게도, 글을 쓰며 세상 사람들과 조금 더 즐겁게 인사할 수 있었다.
고단한 사람들에게도 부끄러운 손을 내밀 수 있게 되었다.
알고 보니 내 주변에서 이미, 그렇게 아프고 괴로운 사람들이 나를 꼭 안아주고 있었다.
그들에게 내 행복한 인사를 전하고 싶다.
세상 밖으로 내 인사를 전해준 심사위원들과 강원일보 관계자들께, 내 주변의 참 좋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김갑수 △1974년 서울 출생 △서울 경희여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