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 속에 축구 문화가 정착된 유럽에서는 축구 경기가 열릴 때마다 그 지역이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고 합니다.
작은 마을 좁은 골목골목마다 지역 연고팀의 엠블럼이 새겨진 깃발이 나부끼고,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하나 되어 승리에 기뻐하고 패배에 슬퍼합니다.
그들이 함께 즐기는 것은 단순히 경기의 승패와 우승컵이 아닙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고장과 사람들에 대한 사랑, 그들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즐기는 것입니다.
어느 지역 못지않게 축구 사랑이 남다른 강원도를 연고지로 한 축구팀이 이제야 생긴다는 것은 일면 안타까운 일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강원도는 수많은 훌륭한 선수를 배출한 산실이었고, 연고팀을 갖고자 하는 도민들의 열망도 매우 컸습니다.
하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제15구단으로 출범하는 강원FC는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모로 새롭고 신선한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순수한 시민 구단으로 각계각층에서 도민주를 공모하여 기금을 조성했고, 그 액수 또한 다른 시민 구단들의 선례를 훨씬 상회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습니다.
강원도민들의 축구 사랑, 고향 사랑이 이만큼 은근하고도 끈질겼다는 증거입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탈리아 전에서 오른발 강슛으로 성공시킨 골이 여전히 기억나는 최순호 감독과 2002년 월드컵의 영웅 최진철 코치의 노련한 지도, 그리고 드래프트 우선지명으로 건져 올린 김영후, 안성남 등의 젊은 패기가 조화를 이루어 펼칠 멋진 경기를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축구팬들은 가슴이 뜁니다.
게다가 ‘삼척의 걸리버’ 서동명 코치의 철벽 수비, ‘태백의 아들’ 이을용 선수의 화려한 기량이 고향땅에서 펼쳐질 것을 상상하면 사뭇 감격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강원도의 힘’은 정치적으로 강압적이거나 사회적으로 교묘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를 품어 키운 산과 바다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웅숭깊은 것입니다.
높낮이가 없이 평등하고, 다툼 없이 평화로운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타지인들 또한 강원도를 마음의 안식처로 삼고 지친 몸의 휴식처로 찾아옵니다.
기꺼운 애정과 뜨거운 관심으로 강원FC의 주주로 참여한 이들을 포함한 300만 강원도민 모두가 그러한 산과 바다의 마음을 초록의 그라운드에서 펼쳐 보일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원도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활기와 기쁨을 줄 강원FC의 창단을 축하합니다.
김별아 소설가·강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