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척 출신 정경호 강원FC 감독이 단단한 팀을 만들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강원FC는 23일 클럽하우스인 강릉 오렌지하우스에서 ‘강원FC 정경호 감독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원에서 가장 오래 뛴 선수인 이광연의 꽃다발을 받은 정경호 감독은 “2024시즌 준우승이라는 최고 성적을 냈지만 코치 생활을 오래 경험해서 그런지 솔직히 부담감은 없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색깔 있고 단단한 팀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정 감독은 강원도 출신 스타 플레이어이자 구단의 창단멤버이다. 강원의 2대 주장을 맡았던 그는 이제는 구단 선수 출신 첫 감독으로 새 도전에 나선다. 정 감독은 “강원에서 첫 감독 생활을 하게 될지는 몰랐다”며 “처음 수석코치 제안을 받았을 때 부담이 돼 거절했지만 그동안 받은 사랑을 보답하기 위해 왔다. 용기를 가지고 선수들과 함께 멋진 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정경호 감독은 코치 시절 전술가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첫 감독 생활인 만큼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K리그를 보면 이정효 광주FC 감독, 유병훈 FC안양 감독 등 코치 시절을 잘 보낸 감독님들이 팀을 잘 만드셨다”며 “누구나 코치 시절은 있고, 코치 시절을 통해서 감독이 됐을 것이다. 이것 또한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건강한 팀을 만들어 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원은 차기 시즌 핵심 멤버였던 양민혁(토트넘)과 황문기(군 입대)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정 감독은 “전력강화실과 선수 보강을 두고 많이 얘기하고 있다”며 “새로운 선수들의 장점을 활용해서 제2의 양민혁, 황문기를 만드는 것이 강원FC가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축구 철학에 대해서는 “구조적으로 이기고 들어가는 축구, 상대를 어렵게 만드는 축구”라고 설명했다.
정경호 감독은 “구단이 갖고 가야 할 철학과 비전, 경쟁력을 잘 녹여내서 팬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보여줘 경기장을 찾아오게 하는 팀을 만들고 싶다. 또한, 도민들께 하나의 컨텐츠가 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감독 부임 소감=소중한 기회를 주신 김진태 구단주님과 김병지 대표님, 강원FC 이사님들, 나르샤 팬들 모두 감사드린다. 소중한 기회를 잡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노하우를 녹여내서 좋은 팀으로 만들어보겠다. 강원FC가 많은 부분에서 기복이 심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구단이 갖고 가야 할 철학과 비전, 경쟁력을 잘 녹여내서 팬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보여줘 경기장을 찾아오게 하는 팀을 만들고 싶다. 또한, 도민들께 하나의 컨텐츠가 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팀을 만들겠다.
■2024시즌 최고 성적을 냈는데 부담은 없는가=수석코치 생활도 오래하고 감독 대행 경험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서 그런지 솔직히 부담감은 없다. 지금까지 겪어온 과정들을 통해서 좀 더 색깔 있고 단단한 팀, 선수들과 철학을 교류해서 K리그1에서 무너지지 않는, 기복이 없는 탄탄한 팀을 만들겠다는 각오가 강하다. 부담보단 선수들과 즐겁게 할 생각이다. K리그1은 누구나 우승 경쟁을 할 수 있고, 누구나 강등 위기를 겪을 수 있는 리그다.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성적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대표님께서도 올해 준우승을 했다고 내년에 우승할 수 있는 팀은 아니라고 하셨다. 하지만 단단한 팀을 만들겠다. 팬들이 좋아하는 축구,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 축구를 하겠다. 선수들과도 성장에 초점을 두기로 했고, 그러면 성적은 따라올 것이다.

■전력 보강 구상=김병지 대표님, 스카우터, 전력강화실 등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이런 시스템으로 양민혁을 발굴했고, 제2의 양민혁을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다. 저 또한 이런 부분에서 성장하는 것이 시도민구단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정식감독은 처음이지만 스카우터, 전력강화팀과 잘 소통해 우리가 원하는 스타일에 맞는 선수를 스카웃해준다면 저는 선수들을 관리하는 데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팬들 입장에서 우려도 있고 기대감, 설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코치 때는 잘했지만 감독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있을 것이고, 이건 제가 감독으로서 증명해야 하는 문제다. 누구나 코치 시절은 있고, 코치 시절을 통해서 감독이 됐을 것이다. 이것 또한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건강한 팀을 만들어 보겠다.
■강원FC는 어떤 의미인가=삼척에서 태어나 강릉에서 쭉 축구를 했다. 강릉은 저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준 곳이다. 선수로 성장하게 만들었고, 지도자로 돌아와 큰 영광이다. 지도자를 시작하며 강원에서 처음 감독 생활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저에게 소중한 곳이고, 고향팀이기도 해 정말 준비가 잘 됐을 때 강원 감독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인 것 같다. 처음에 수석코치 제안도 고사했다. 팀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고향팀이어서 부담이었다. 대표님, 윤정환 감독님께서 직접 전화해 설득하셨다.
승강 플레이오프나 강등 경쟁에 있어서 많은 경험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이 강원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팀이 힘들 때 가서 도움을 주면 그동안 받은 사랑을 보답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해 오게 됐다. 이제는 부담감이 많이 사라졌다. 잔류에 성공했고, 용기를 통해 준우승이라는 큰 성과도 거뒀다. 부담감보다는 큰 용기를 가지고 선수들과 함께 멋진 팀을 만들고 강원만의 색깔을 가진 팀을 만들고 싶다.
지도자의 역량이 중요한 시대다. 감독이 어떤 역량과 리더십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팀 자체가 변할 수 있고 좋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역할을 감독으로서 잘 이뤄낸다면 강원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시도민구단으로서 방향성을 잡아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오랜 수석코치 생활로 배운 점과 정경호만의 축구=유상철 감독님, 김학범 감독님, 김태완 감독님, 김남일 감독님, 윤정환 감독님 등 5분의 감독들을 모셨다. 모두 배울 것이 많았고 제 것으로 녹여야 겠다고 생각한 부분들이 많았다. 덕분에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젊은 지도자들이 빠르게 감독을 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도 많이 생겼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감독이 되는 것도 봐왔다. K리그를 보면 이정효 광주FC 감독, 유병훈 FC안양 감독 등 코치 시절을 잘 보낸 감독님들이 팀을 잘 만드셨다. 젊은 지도자들이 인내를 가지고 많은 경험을 통해 자기만의 노하우를 가진 지도자가 됐으면 한다. 저 또한 5명의 감독님을 모셨을 때를 돌아보면 그 때는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코치에서 감독이 됐다. 지도자로서 어떤 변화가 생길까=코치로 일할 때는 숲 안에 있는 느낌이었다. 숲속에서 나무들을 디테일하게 보면서 관리할 수 있었다. 감독은 숲을 밖에서도 바라봐야 한다. 코치 시절 했던 것을 버리는 것은 아니고 숲이 어떤지 안과 밖을 넘나들며 소통할 계획이다.

■양민혁, 황문기 등 일부 선수 공백 어떻게 메울 것인가=전력강화실과 보강에 대해 많이 얘기 중이다. 시도민구단은 예산 한계가 있다. 제가 경험해봤을 때 시도민구단은 일반식당이다. 파인다이닝을 쫓아가면 안된다. 일반식당이지만 줄을 서있는 맛집이 돼야 한다. 그 부분에 목적을 두고 새로운 선수들의 장점을 활용해서 제2의 양민혁, 황문기를 만드는 것이 강원FC가 가야할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선수들의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는가=체력, 기술, 전술, 심리, 태도 등 5가지를 선수들에게 강조한다. 특히, 태도가 중요하다. 이제는 태도가 경쟁력이다. 재능이 있어도 태도가 안 좋으면 절대 좋은 선수가 될 수 없다. 절실함, 절박함을 가지자고 늘 강조한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고도 자주 말한다. 기분은 어쩔 수 없지만 태도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한번만 더 돌아보고 선택을 잘 해달라고 얘기한다. 저 또한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잘 코칭해야 할 것 같다. 선수들과 신뢰하고 소통해야 할 것 같다.
■코칭스태프 구성=수석코치로 박용호 코치를 데리고 왔다. 기존의 필드 코치는 최효진, 송창호 코치, 골키퍼로는 전상욱 코치가 그대로 간다. 피지컬 코치는 안양에서 K리그2 우승을 했던 장성민 코치를 모시게 됐다. B팀을 운영하진 않지만 어린 선수들을 발전시키겠다는 방향이 있다. 오범석 코치를 B팀 전담코치, 김민식 코치를 2군 골키퍼 코치로 모셨다. 오범석 코치가 B팀을 하고 있지만 방향성은 저와 같아야 한다. 같은 방향성으로 지도해야 콜업했을 때 바로 적응할 수 있다. 들어오고 나가는 게 자연스럽게 되도록 하고 싶은데 시간은 좀 걸릴 것이다. 시스템을 잘 만들고 이를 통해 시도민구단의 모범이 되겠다.
■전지훈련 일정=지난 20일부터 훈련 중이다. B팀 선수는 좀 더 일찍 소집했다. 1월1일에 튀르케예 안탈리아로 간다. 너무 빨리 가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있는데 선수들에게 새해 첫 날에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했다. 튀르키예에서 연습경기를 많이 잡아놨다. 연습경기를 통해 분석하고 수정할 부분은 수정해 명확한 게임 모델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제2의 양민혁, 황문기는 누가 될까=모르겠다. 제2의 양민혁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K리그 역사에 처음 나온 선수다. 동계훈련과 전지훈련에서 많은 장점을 봤고, 리그 초반 어떤 활약을 펼칠지가 중요했는데 잘 해냈다.
여담이지만 성남FC 코치 시절 김지수(브렌트포드)를 콜업 하자고 김남일 감독님께 적극 추천했다. 김지수가 프로에서 초반에 많이 못 뛰었는데 훈련 시키면서 괜찮다 생각했고 지수를 써보자고 제안했다. 특히, 김지수의 장점을 보고 스리백의 중앙 센터백으로 써보자고 했다. 어린 선수여서 중앙이 부담일 수도 있었지만 장점을 봤을 때 중앙이 어울렸고 그렇게 발전시켰다. 전지훈련에서 성장하는 선수들의 재능을 보고 잘 관리한다면 제2의 양민혁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봐야 할 것 같다.

■윤정환 감독이 인천에서 새출발한다=인천에 가시는건 기사 보고 알았다. 아름답고 용기있고 대단한 도전이라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보며 많이 배운다. 그런 도전 정신 있어 인천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실 거라 생각한다. 모셨던 분이기에 장점도 잘 알고 걱정하지 않는다. 인천이 1부 승격하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기를 많이 챙겨보며 응원할 것이다.
■구체적인 철학=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노하우가 쌓였고, 그 노하우가 정립돼 철학이 됐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축구적으로라면 구조적으로 이기고 들어가는 축구, 상대를 어렵게 만드는 축구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싶다. 그럼으로써 강원의 색깔을 가져가야 하고, 이런 부분을 선수들과 잘 공유하는 것이 저의 철학이다.
■포지션 변경을 많이 성공했다. 시즌 중 임기응변이 필요할텐데 계획이 있는가=포지션 변경은 성공과 실패를 다 해봤다. 특히, 상무 시절에는 수많은 선수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했기 때문에 포지션이 겹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선수들을 다른 포지션에 기용하는 노하우가 생겼다. 포지션 변경을 많이 시켜봐서 실패 확률은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선수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상황에 맞게 선수들을 성장시켜보겠다.
■장결희가 테스트를 받고 있다. 입단 가능성은=이번주까지 같이 훈련할 예정이며 장점을 찾는 중이다. 어릴 때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뛰는 등 재능이 많았던 선수가 왜 성장하지 못했는지 관찰하고 있다. 연습경기를 지금 못해서 훈련으로만 판단하는 것이 어렵긴 하다. 이번주까지 잘 보고 좋은 판단을 하겠다.
■축하메시지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다들 수석코치 때 많이 고생한 것을 알기에 고생한 만큼 기회가 온 거니까 잘 살렸으면 좋겠다고 해주셨다. 후배 지도자들은 저 보고 롤모델이라며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로 인해 책임감을 느껴야겠다고 생각했다.
후배들에게 솔직하게 사실 나도 탑클래스 지도자가 아니고, 탑클래스 선수 출신도 아니라고 했다. 프로에서 많이 뛰고 월드컵, 올림픽 등 메이저대회를 많이 경험했지만 나한테도 기회 오기가 힘들다. 후배들은 기회를 잡기가 더 힘들겠지만 인내하고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급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기회는 오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제가 후배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돼 한국 축구가 좋은 지도자를 더 배출해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영감을 주는 감독은 누구인가=유럽축구를 많이 보는데 이전에 비해 아르네 슬롯 리버풀 감독, 엔조 마레스카 첼시 감독, 루벤 아모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등 확실한 철학을 가진 지도자들이 많아졌다. 저 또한 트렌드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특정 감독보다는 많은 감독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