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고 싶은 바닷길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그렇기에 해안가를 접한 지역마다 명소로 내세우는 바닷길도 많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탁 트인 동해바다를 앞에 두고 있는 강원 영동권 바다 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십년 동안 군(軍) 철책에 가로막혀 천혜의 비경을 감춰뒀던 만큼, 그 명성은 이제서야 인정받고 있다. 녹슨 철책을 걷어내고 나무 데크와 전망대를 세웠을 뿐이다. 강릉 정동심곡 바다부채길과 속초 외옹치 바다향기로, 삼척 덕봉산 생태탐방로로 초대한다.
■강릉 정동심곡 바다부채길=강릉 정동진에 간다면 모래시계 다음으로 꼭 방문해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다. 정동진 일대 조성된 해안 산책로인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그야말로 천혜의 비경을 자랑한다. 이미 해안 관광 명소로 전국적인 입소문을 타면서 주말에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다. 2016년 10월 개방된 이곳은 ‘200만~300만년 전’ 지각 변동을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해안 단구(해안가에 만들어진 계단 모양의 지형) 관광지다.
바다부채길은 군사시설로 2016년 개방되기 전까지 50여년 간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다. 그래서 여전히 탐방로 곳곳에 관련 경고문도 남아 있다. 군사 중요시설이 많이 있는 만큼 무단으로 훼손하거나 촬영하면 관련 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바다부채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기암괴석을 만나볼 수 있는데 그중 ‘투구바위’가 가장 유명하다. 투구바위는 투구를 쓰고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으며, 그 모습이 마치 투구를 쓴 장군의 모습과도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투구바위를 지나면 부채를 펼쳐 놓은 모양의 ‘부채바위’가 있다. 이 외에도 촛대바위 등 여러 기암괴석이 바다부채길 곳곳에서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지정된 이곳에는 매년 20만명 이상이 찾아오는 가운데 2019년 1월 BTS(방탄소년단) RM이 자신의 SNS를 통해 방문 사진을 올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릉시와 강릉관광개발공사는 심곡항에서 정동진까지 이어진 기존 코스에서 정동항까지 640m를 새로 조성해 전체 길이를 3.01㎞로 늘렸다. 새롭게 추가된 구간에는 계단이 없어 노약자나 장애인 등도 불편함 없이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게 했다. 해안산책로, 해상광장, 하늘 계단 등 다양한 사진 촬영 명소도 추가로 마련됐다.
정동 매표소와 심곡 매표소 중 한 곳을 선택해 출발할 수 있으며 소요 시간은 편도로 약 60분이다. 매표소 인근에는 정동진해변 주차장 등 무료 주차장도 넉넉히 조성돼 있다.
하절기(4~10월)에는 오후 4시30분에, 동절기(11~3월)에는 오후 3시30분에 매표가 마감된다.
■속초 외옹치 바다향기로=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진 옥빛 바다가 발 아래 기암괴석과 부닥쳐 만들어낸 청량한 울림으로 낯선 방문객을 맞는다. 울창한 송림 군락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진한 솔내음을 내뿜는다. 파도 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숲속에서 내뿜는 향과 또 다른 향이 파도 소리와 함께 코끝을 스치며 몸속 깊이 파고든다. 바다 향기다.
속초시는 도심권에 바다 향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 외옹치 바다향기로다. 친환경 감성로드 바다향기로는 군(軍) 철책에 갖혀 있다가 수십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8년 4월 준공과 함께 개통한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총길이 1.74㎞의 산책로다. 속초해수욕장구간 850m와 외옹치구간 890m 등 2개 코스로 연결돼 있다.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왕복 1시간, 편도 30여분이면 충분하게 둘러볼 수 있다. 경사가 급하지 않아 가족 등 남녀노소 부담 없이 이용하기에 좋다. 4월부터 9월까지 하절기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동절기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개방한다.
바다향기로는 구간마다 서로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큰 부담없이 가볍게 걷고 싶으면 속초해수욕장과 외옹치해수욕장 방면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외옹치구간은 대나무 명상길, 하늘 데크길, 안보 체험길, 암석 관찰길 등 4개 테마 코스로 꾸며졌다. 안보 체험길에 둘러쳐진 해안 경계철책은 1970년 무장공비 침투 사건 이후 설치했던 것을 일부 남겨 놓은 것이다. 굴바위 등 해안가에 형성된 기이한 바위들을 관람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삼척 덕봉산 생태탐방로=해동여지도와 대동여지도의 기록을 통해 본래 섬이었다가 후에 육지와 연결되었음을 알 수 있는 삼척시 근덕면 덕산리 덕봉산은 산모양이 물독과 흡사해 ‘더멍산’이라고 불렸다고 전해진다. 군(軍) 경계철책을 철거하고 2021년 해안생태탐방로가 개방되면서 우리들에게 53년 만에 숨겨진 비경이 공개됐다.
대나무 숲이 우거진 산책로를 따라 전망대로 올라가는 내륙코스(317m)와 해상 기암괴석을 감상할 수 있는 해안코스(626m)로 구성돼 있다. 이 산책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상쾌한 해풍과 함께 탁 트인 바다 풍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동해바다와 맹방해수욕장, 덕산해수욕장, 어촌마을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3곳의 전망대와 야간 경관조명 등이 마련돼 있다. 덕봉산을 연결하는 외나무다리는 맹방해변에서 마읍천을 건너는 지점과 덕산해변을 가로 지르는 2구간으로 조성됐다. 아이들, 어르신들, 모두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며 삶의 균형을 배우는 길이 되고 있다. 주변 명사십리 맹방해변과 마읍천과 바다가 공존하는 덕산해변 등 천혜의 환경을 갖고 있는 덕봉산은 그 자체로 이채롭다. 맹방해수욕장의 끝자락, 덕산해수욕장 코 앞에 위치해 있고, 바다, 백사장과 연접해 있으며, 검은색을 띤 크고 작은 기암괴석이 마주 보면서 마치 수석정원처럼 펼쳐져 있다. 대나무 군락지가 형성돼 길을 오르면 바람과 파도 소리, 대나무가 서로 맞닿는 소리가 일품이고, 해발 50여m의 나지막한 산 정상이 330여㎡에 달하는 평지를 이루고 있다. 산 아래 바다와 맞닿아 흐르는 마읍천은 덕봉산과 함께 철새 도래지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덕봉산 생태탐방로는 개장 이후 입소문을 타고 시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청정 바다와 마읍천을 품에 안고 있는 덕봉산. 이제는 트레킹을 즐겨하는 고수들뿐 아니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쉽게 찾고 힐링하는 장소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황만진·권원근·윤종현·류호준기자
편집=김희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