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부대 통폐합 가시화 … 양구중앙시장 매출 작년 3분의 1 수준
화천시장도 관광객 뒷전 … 군장병 위주 공산품 판매 특산품 부족
현충일이었던 지난 6일 오후 6시 양구중앙시장. 저녁 장사가 시작돼 한창 바빠야 할 시간이었지만 식당의 상인들은 매장 테이블에 앉아 스마트폰을 볼 정도로 한가했다. 간간이 군장병들이 보이는 정도였다. 분식점 주인인 A씨는 “2월부터 이상하게 군장병 손님이 크게 줄었고, 오늘은 아예 없었다”며 “매출이 지난해 3분의 1수준”이라고 했다.
한 군장병은 “요즘 일과 시간 후 휴대폰 사용이 가능해져 굳이 외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휴대폰 사용이란 '미풍'에도 휘청이는 접경지 상권은 더 큰 '태풍'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군부대 통폐합(본보 지난 11일자 1면 보도)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주인구마저 감소하고 있어 '관광시장형 전환'은 지역상권 생존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접경지역 시장은 여전히 주 고객이 군장병이고 관광객은 후순위였다. 6일 저녁 양구 두타연 시티투어 관광을 마친 신덕규(67·경기도 양주시)씨는 “점심은 중앙시장에서 자유롭게 먹었는데, 토속음식을 파는 가게가 잘 안 보여 부대찌개를 먹었다”고 말했다. 중앙시장에서 전통시장으로 이어지는 차 없는 거리의 50여개 가게 중 먹거리를 파는 곳은 12개 정도였고 그나마 군장병들이 즐겨 먹는 돈가스, 디저트, 쌀국수, 분식점 등이었다. 전통시장은 20여개 가게 중 9개 정도가 식료품을 팔았지만 반찬가게, 정육점, 통닭, 순두부집이어서 주민 대상이었다.
같은 날 화천전통시장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화천산천어축제 기간을 제외하고는 주 고객은 군장병들이라고 말했다. 30년 넘게 과일 장사를 하고 있는 최은희(49)씨는 “평화의 댐 관광객들이 굳이 시장으로 와 밥을 먹는 경우는 드물다”며 “차라리 스포츠레저대회 선수들이 오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식당 등은 있었지만 화천 특유의 고유 먹거리를 파는 곳은 눈에 띄지 않았다.
2013년 대비 2018년 화천과 양구의 관광객 증가율은 각각 77%, 96%였다. 급팽창하는 시장에 상인들은 아직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