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척중앙시장 건어물·젓갈 위주 … 관광객 회 사 먹을 공간 없어
고성 거진시장 반찬·신발·약초 대부분… 장날에 문 닫는 가게도
전통시장은 관광지 개발의 최신 키워드인 '지역다움'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다. 지역의 역사, 먹거리, 주민의 삶을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지자체는 전통시장을 '지역내수형→문화관광형'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수년째 추진 중이다. 전통시장 하나로 지역관광이 바뀐 사례는 속초에서도 볼 수 있다.
바다를 끼고 있어 전통시장 관광지 개발에서 우위에 있는 도내 동해안 시장은 관광 콘텐츠가 충분할까. 징검다리 연휴였던 지난 8일 삼척중앙시장의 어시장은 점심 시간 임에도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했다. 관광객이 회를 사서 먹을 공간이 없었고 상가 중앙부에는 시장 상인들의 집기류가 아예 한 블록을 차지하고 있었다. 펄떡펄떡 뛰는 수산물, 이를 능숙하게 잡는 상인, 맛있게 먹는 관광객이 어우러진 활기찬 수산시장과는 거리가 있는 정적인 공간이었다.
쏠비치에서 투숙하며 이곳을 들른 이명숙(56·부산시 진구)씨는 9명의 가족이 기대하고 왔다가 20여개 가게의 품목이 단조로워 10만원 정도만 쓰고 나왔다. 이 씨는 “관광객이 선호하는 조개류 등 해산물의 종류가 많지 않았고 관광객의 눈길을 끄는 콘텐츠는 다소 부족했다”고 말했다. 건어물, 젓갈 등 가공품으로는 관광객의 눈길을 잡기에 한계가 있었다.
11일 오후 6시 고성 거진전통시장은 장날임에도 문을 닫는 가게가 속속 보였다. 핵심 골목의 20여개 가게 중 반찬, 속옷, 신발, 약초류 등을 파는 가게가 대부분이었고 수산물을 살 수 있는 가게는 안 보였다. 관광객이 '항구를 낀 수산시장'을 기대하고 오기에는 멀어 보였다. 63년간 거진읍에서 살아온 횟집 주인 김복길(70)씨는 “명태가 많이 나던 시절에는 번화가였는데 이제는 오가는 사람도 없는 시장이 됐다”며 “볼거리, 먹거리가 없어 관광객이 올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수년째 제자리”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경기가 안 좋아 어쩔 수 없다거나, 고속도로가 뚫려 시장을 지나기 힘들다거나, 기자에게 “관광객들이 오게 어떻게 좀 해보라”고 말했다. 상인 스스로가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나 인식은 '언감생심'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