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주민이 이끄는 지역관광]연간 370만명 설악산서 끝나는 설악권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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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역다움 없는 지역관광

지난 11일 오전 설악권 관광지의 심장부인 설악산매표소 앞. 내·외국인 관광객이 타고 온 대형버스 10여대가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

버스기사 배호성씨는 이날 속초에서 1박을 한 관광객들을 '양양 낙산사→설악산→속초중앙시장'을 거쳐 서울로 안내하는 일정이었다. 19년째 속초를 오가는 그는 “금강산 관광이 유명할 때는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올라갔는데 요즘은 굳이 들르지 않는다”며 “여기서 고성을 갈 버스는 한 대도 없다”고 말했다. 다른 버스들도 설악산에서 춘천 남이섬이나 대관령, 강릉으로 이동할 예정이었고 개인 관광객도 마찬가지였다.

설악권관광협의회(속초·고성·양양·인제)가 구성된 지 올해로 7년째가 됐다. 하지만 '설악산에서 끝나는 설악권 관광'은 외면하기 힘든 현실이었다. 연간 탐방객만 370만명인 설악산에서 4개 시·군으로 관광객 동선이 흐르지 못하면서 지역경제도 '외화내빈'이다. 2013년 대비 2018년 관광객도 속초, 양양은 각각 38%, 20%씩 증가했지만 고성은 11% 감소해 동반성장과도 멀었다.

설악권 관광객 동선이 '속초↔양양 낙산사'에 그치는 이유는 2가지였다. 타 지역 관광객들은 속초, 고성, 양양, 인제 고유의 지역 특색도, 설악권으로 묶여 있다는 것도 몰랐다.

양양 낙산사로 가족여행을 온 이혜영(39·경기도 평택시)씨는 “매년 와도 가는 곳은 물치·대포항, 속초 맛집, 낙산사 정도”라며 “고속도로 개통 후 속초·양양이 한 권역인 것은 알지만 고성, 인제는 모른다”고 밝혔다. 홍수연(45·서울시 서초구)씨도 “통일전망대는 가봐서 굳이 다시 가지는 않았다”며 “바다와 항구, 회 위주인 먹거리도 비슷해 속초 일대에서 1박2일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온 50대 템플스테이 일행은 통일전망대는 알지만 고성에 있다는 걸 연결짓지 못했다.

고성 화진포 관광객들은 통일전망대와 화진포의 성을 반나절 보고 속초에서 숙박이나 식사를 할 예정이었다. 친구들과 이틀간 여행 온 김종길(76·경기도 포천시)씨는 “현대사에 의미 있는 곳이어서 화진포에 와 봤고 고성의 소나무가 인상 깊다”면서도 “속초, 고성, 양양은 비슷한 곳이어서 특색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설악권에 대한 관광 정보도 없었다. 속초 설악항, 양양 낙산사, 고성 화진포의 관광안내지도판은 모두 단일 시·군 관광지만 표시돼 있었다. 설악권 관광지도는 화진포안내소에서 우연히 받은 손수권이 전부였다.

원주 출신인 김병국 대구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설악권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지자체들이 협력하는 공동 마케팅과 함께 인접 시·군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를 적극 홍보해야 한다”며 “생활여행 트렌드에는 설악산 유인전략보다는 개별 지역다움을 근거로 체류형 관광상품을 만드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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