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키장 렌털, 강당, 문화시설 등 폐건물 느낌이 진하게 나고 으스스 하네요.'
지난달 28일 회원 수 1만4,000여명의 한 여행 커뮤니티에 올라온 고성 알프스리조트 '공포체험' 후기다. 한때 국내 최고 인기 관광지였던 고성 알프스리조트의 비참한 오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8일 오전 고성군 간성읍 흘1리 알프스리조트. 대형견 2마리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흉폭해 보였던 개들은 취재진의 방문에 짖지 않고 오히려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 경비견마저 사람이 그립기는 마찬가지였다. 689개 객실, 3,000여명이 숙박할 수 있는 콘도는 잡초와 쓰레기, 건설자재에 묻혔지만 여전히 철옹성처럼 튼튼해 보였다.
시계탑은 2006년 폐쇄 이후 멈춰버린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리조트 관리인은 “지금도 리조트 인수에 관심있는 사업자들이 계속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알프스리조트는 금강산 1만2,000봉 중 하나인 마산봉 자락에 위치한 국내 최북단 스키장이며 최상의 설질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IMF 사태 이후 경영악화로 2006년 폐쇄됐다. 주민들은 12년째 알프스리조트 영업재개라는 희망고문에 시달리고 있다.
고성군 간성읍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흘1리의 인구는 144명이다. 스키장이 폐쇄된 2006년(138명)보다 오히려 늘었다.
스키장이 다시 운영될 것이라 믿었던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지 않았다. 2015년 알프스리조트 정상화를 위한 사업권을 획득한 시행사는 착공 부진을 이유로 지난 3월 도로부터 사업자 지정 취소처분을 받자 법적분쟁을 예고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어떻게든 희망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내 최북단 대형 리조트였던 고성 알프스리조트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다.
이종욱(65)씨는 1972년부터 마을 입구에서 편의점과 식당을 운영했다. 식당은 현재 간판만 남아 있다. 이씨는 “국내 스키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남북관계 개선을 기회로 삼아 동해안 최북단의 고성지역의 다른 관광자원과 연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우 고성군 건설도시과장은 “업체 측이 사업자 지정 취소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해 법적인 분쟁으로 번질 소지가 있다”며 “새 사업자를 구하더라도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해 쉽게 해법이 나오기 어렵다” 고 밝혔다.
고성=최기영기자 answer07@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