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국토 최북단 알프스리조트 실태]마을 상권도 주민들 삶도 12년째 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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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영업중단 이후 방치

◇최근 고성 알프스리조트의 재개장 사업이 무산되며 지역경제 회복을 바라던 주민들의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스키장 폐장과 함께 문을 닫은 한 스키매장이 세월이 지나 폐허로 방치돼 있는 모습이 죽어버린 상권을 대변해 주고 있다. 고성=박승선기자

인근 식당·숙박업소 잇단 폐업

현재 영업 중 단 한 곳도 없어

주민 피망 농사로 근근이 생활

"이 일대 지나가는 사람 없어

동해안 북부권 전역 큰 손해"

2006년 고성 알프스스키리조트의 영업 중단 이후 방치된 리조트 건물처럼 주민들의 삶도 '폐허'가 됐다.

8일 오전 알프스리조트가 있던 간성읍 흘1리의 한 스키 렌털업체는 쇼윈도 유리가 깨진 채 방치돼 있었다.

렌털용 스키와 부츠 등은 빛바랜 상태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리조트와 함께 운영되던 국내 유일 스키박물관은 '귀신의 집'을 연상케 했다.

시내버스가 마을에 도착했지만 내리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없었다. 마을의 숙박업소와 식당들은 모두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건물 외벽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간판만이 한때 관광지였음을 짐작하게 했다.

알프스리조트 인근에는 50여곳의 렌털숍과 20곳의 식당이 성업했다. 그러나 현재 리조트 인근에서 영업중인 식당은 한 곳도 없다. 지난해 마지막 남은 식당마저 폐업했다. 마을 초입인 진부령 정상에서만 식당 2곳이 유지되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 2대에 걸쳐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함명희(여·54)씨는 “예전에는 먹고 살기 괜찮았는데…이제는 포기했다가도 가끔 리조트를 보기 위해 사업자들이 들렀다가면 기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식당 사장은 “리조트 운영 중단과 함께 서울~양양고속도로, 미시령터널 등의 개통으로 교통이 분산되면서 이 일대는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며 “점심시간에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도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고성 알프스리조트 운영중단의 피해가 장기화되면서 고성은 물론 동해안 북부권 전역이 큰 손해를 입고 있다고 걱정했다.

주민 이종욱(65)씨는 “알프스리조트 운영 당시에는 고성지역의 많은 건어물 가게들이 안정적인 판로가 있었는데 지금은 가장 큰 시장이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신동길 흘1리 이장은 “원주민들은 스키리조트 폐쇄 이후에도 피망 농사 등을 하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면서 “하루 수천명의 알프스리조트 숙박객들이 고성은 물론 속초, 양양, 인제에서 관광과 식사를 했던 것을 고려하면 방치된 알프스리조트는 단지 마을의 문제가 아닌 지역 전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고성=최기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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