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 출신 13살때 한국 女빙속 최고 스프린터 등극 기염
삿포로대회서 첫 국제무대 데뷔 "후배들 평창 선전 기대"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스프린터 계보는 유선희(50)에서 '빙속여제' 이상화(28·강릉 스포츠토토)로 이어진다.
이들에 앞서 세계적인 기량을 갖춘 한국 여자 스프린터가 있었다. 1972년 삿포로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무서운 10대'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만 13세의 나이에 여자 500m 한국 신기록을 갈아 치운 뒤 태극마크를 달고 삿포로대회에 출전했다. 원주 출신 이경희(59)씨다.
■당시 모든 언론이 눈여겨본 무서운 10대=이씨는 원주 일산초교 1학년 때 본격적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유치원 다닐 때 스케이트 두 번 타고 춘천에서 열린 전국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곧바로 초등학교 1학년 때 선수 생활을 시작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그를 일약 전국구 스타로 만든 대회가 있었다. 1971년 12월17일 태릉국제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제7회 고(故) 빙상인 추모경기대회다. 원주여중 1학년에 재학 중 이던 이씨는 한국 신기록(45초34)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다. 최정희(당시 숭의여고)가 1970년 3월1일 제8회 신슈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세운 기록(46초6)을 1초 이상 앞당겼다. 삿포로동계올림픽 개막 직전에 열린 전국 대회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운 이씨는 국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첫 국제 대회 경험이 삿포로 동계올림픽=한국은 1972년 삿포로동계올림픽에 총 7명의 선수단(임원 2명, 선수 5명)을 파견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18개국에서 118명의 선수가 참가한 삿포로 대회에서 최연소 참가자는 이씨로 당시 나이는 만 13세 338일이었다. 최고령 선수인 진 오멜렌척(미국·만 40세 325일)과는 무려 27년 차이가 났다. 부푼 꿈을 안고 동계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이씨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 주 종목인 여자 500m에서 47초45로 31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26위에 그쳤다. 자신의 최고 기록인 45초34에 2초 가까이 뒤진 기록이었다.
그는 “선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경기를 치렀고 빙질이 너무 딱딱해서 제 기량을 발휘하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빙속 선수 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씨는 삿포로 대회 이후 1973년 3월2일 제28회 전국남녀종합빙상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다시 한번 한국신기록(45초30)을 세운 뒤 얼마 되지 않아 선수 생활을 그만뒀다.
그는 “피아노 전공을 살리기 위해 운동을 포기했다.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지만 미련이 남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고 말끝을 흐렸다.그러면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후배들이 정말 대견하다.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 국민에게 희망을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경모기자 kmriver@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