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부 벽면 골조 뼈대만 앙상
1층 점포는 지하로 내려앉고
콘크리트 계단 힘없이 무너져
순식간에 강한 폭발 압력으로
건물 강화유리벽 산산조각
사고 건물 앞쪽 주차 차량도
10여m 날아가 처박힐 정도
“피할 새도 없이 죽겠다 생각”
“갑자기 폭풍처럼 강한 바람이 유리창을 뚫고 덮치는데 힘없이 나뒹굴었어요. 뭐 피하고 말고 할 겨를도 없이 '이대로 죽는구나'라고 생각 할 정도로 순식간이었어요.”
삼척시 남양동 가스폭발 사고로 파편상을 입고 삼척의료원에 입원한 김경자(여·54)씨는 아직도 사고 당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연신 가슴을 쓸어내린다.
삼척시 남양동 중앙시장길 한 상가 건물에서 가스폭발 사고가 난 것은 17일 오전 6시 57분께.
사고가 난 건물과 바로 길 하나를 두고 맞은편에 위치한 삼미식당에서는 김씨를 비롯해 종업원 3명과 손님 2명 등 모두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았다가 부상을 입은 김욱환(53)씨는 “문을 닫는 순간 등 뒤에서 쾅하는 폭발음이 들리더니 갑자기 식당 외부 유리가 산산조각나고 천장이 내려앉았다”며 “기다시피 해 건물 밖으로 나왔더니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폐허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50m 가량 떨어진 한 금은방의 CCTV에 담긴 폭발 당시 모습은 아찔하다. 순식간에 강한 폭발 압력으로 건물 강화유리벽은 산산조각나면서 안쪽으로 쏟아졌다.
내실에서 잠을 자고 있던 김시철(60)씨는 “펑하는 폭발후 10초 간격으로 '와장창' '와장창' 하는 연쇄 폭발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며 “심지어 사고 건물 앞쪽에 주차된 차량은 10여m를 날아가 맞은편 과일가게 안에 처박힐 정도였다”고 기억했다.
사고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삼척시 남양동 중앙시장길 일대는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다.
가스폭발이 발생했던 건물은 외부 벽면이 폭발 충격으로 모두 뜯겨나가 골조 뼈대만 앙상하게 버티고 있다. 1층 점포 바닥은 아예 지하로 내려 앉았고 건물 내부 콘크리트 계단도 힘없이 무너진 채 철골조에 매달려 있다.
해당 건물 바로 뒤편 주택은 폭발 압력에다 뒤이은 화재로 벽체가 무너지고 검게 그을렸다. 사고 현장을 중심으로 중앙시장길 반경 300m 가량은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현장에서 동쪽으로 150m 가량 떨어진 한 모텔은 지하 목욕탕의 천장이 내려앉고 보일러 기계설비가 틀어질 정도로 폭발의 위력은 강력했다. 심지어 사고 건물에서 두블록 떨어진 큰 길(중앙로) 주변 상가들의 외부 유리도 모두 깨져 나갔고 폭발 잔해는 300m 떨어진 블록 점포까지 날아가 박혔다.
폭발 사고가 난 중앙시장길이 골목을 중심으로 유흥주점과 음식점, 잡화점 등 상가밀집 지역이었던 점도 피해 규모를 키우는데 한몫했다. 경찰과 소방서, 삼척시는 구조자 수색에 이어 이날 하루 종일 무너진 건물 철거와 잔해 수거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한 순간에 생계 터전을 잃은 시민들은 망연자실한 채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삼척=최성식기자 choigo75@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