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지역은 '국가의 축'이다

원대식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겸임교수(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자문위원)

수도권 집중은 이제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지역의 비극적인 일상이 되었다. 청년이 떠난 자리에 기업이 비고, 학교와 병원이 하나둘 문을 닫는 풍경은 강원도 역시 피해 가지 못한 거대한 흐름이다. 강원도의 자원은 여전히 풍부하지만, 그 속에서 삶을 일구려는 이들의 기회와 선택지는 점차 고갈되고 있다.

‘보조’의 시대를 끝내고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그동안 지역 발전 정책은 대체로 ‘지원’과 ‘보조’라는 시혜적 언어로 설명돼 왔다. 예산을 내려보내고, 인프라를 보강하며, 떠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반복되온 이 방법은 분명한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지역은 보호 대상을 넘어 국가를 떠받치는 독립적인 ‘국가의 축’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핵심은 기능의 이전이다. 돈과 결정권의 현지화를 이루어야 한다. 사람은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움직이고, 자본은 금융 기반이 있는 곳으로 흐른다. 단순히 공공기관 건물 몇 개를 옮기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돈과 결정권’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해외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바이에른주는 주립은행(BayernLB)을 통해 지역 산업을 깊이 이해하는 금융 결정을 현장에서 내리고, 일본 후쿠오카는 국가전략특구 지정을 통해 규제 권한을 지역에 넘김으로써 청년 창업의 성지가 되었다. 핀란드 살로(Salo)시는 대기업 붕괴의 위기를 단순 보조금이 아닌 과감한 산업 구조 전환으로 돌파했다. 이들을 살린 것은 예산의 규모가 아니라, 결정의 위치를 바꾸고 구조를 혁신하는 ‘상상력’이었다.

강원도의 바이오, 의료기기, 청정에너지, 데이터 산업 등은 잠재력이 충분하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지역 특화 금융 생태계는 여전히 취약하다. 국책은행의 기능을 지역 단위로 분산하고, 지역 산업의 맥락을 짚어내는 금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시자가 아닌 ‘조정자’로서, 강원특별자치도가 강원도다운 전략을 펼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을 과감히 이양해야 한다.

청년 정책 또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남아달라’는 부탁 대신, 청년이 스스로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완결된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 일자리, 주거, 교육, 문화가 하나의 묶음(Package)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청년은 돌아오지 않는다.

지역 균형발전은 낙후된 곳을 돕는 복지 정책이 아니다. 수도권의 과밀 비용과 지역의 소멸 비용을 동시에 해결하는 국가적 구조개혁이다. 이 비효율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강원도는 늘 변방에 있었지만, 동시에 늘 가능성의 중심이었다.

이제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문구는 구호가 아닌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과감한 권한 이양과 구조적 상상력이 결합될 때, 강원도의 미래는 비로소 다시 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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