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를 보다 보면 눈길이 응원석 가장 앞줄로 향할 때가 있다. 열혈 팬들 앞에서 누구보다 먼저 목소리를 터뜨리고 박자를 잡는 사람들. 북소리에 맞춰 양팔을 크게 흔들며 응원의 흐름을 만들고, 팬들의 호흡을 이끌어가는 존재. 그 자리에는 늘 ‘콜리더’가 서 있다. 콜리더는 서포터즈의 응원가를 앞에서 선창하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이다.
지난 25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2025~2026 AFC챔피언스리그 엘리트리그 스테이지 5차전 강원FC와 일본 마치다 젤비아의 경기.
체감온도가 5도까지 떨어진 쌀쌀한 날씨에도 경기장은 이미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메가폰을 손에 쥔 순간 단순한 응원 참여자가 아닌 선창자가 된다는 책임감이 어깨로 내려앉았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메가폰을 입에 가져다 댔다.
기자가 나르샤의 대표 응원가의 한 구절인 “알레(Allez)! 강원FC!”를 선창하는 순간 웅장한 북소리가 곧바로 따라붙고 수백명의 팬들이 폭발하듯 합창으로 화답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같은 구호를 외치고, 같은 리듬을 타고, 같은 순간 팔을 들어 올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거대한 움직임이었다. 나 하나의 목소리가 전체 응원을 점화시키는 힘이 됐다는 사실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전율이었다.
하지만 콜리더의 역할은 벅찬 감동만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경기 흐름에 맞춰 어떤 응원곡을 이어갈지, 언제 다시 목소리를 끌어올릴지 끊임없이 계산해야 한다. 순간 선창 타이밍을 놓치자 응원석 전체의 박자가 미세하게 흐트러졌다. 북소리도 팬들의 함성도 잠시 머뭇거렸다. 그 짧은 공백이 만들어낸 정적은 생각보다 더 무거웠다. ‘내 한 번의 실수가 서포터즈 응원 전체를 멈출 수 있구나’라는 자책감이 밀려왔다. 누군가의 열정을 북돋우는 만큼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책임지고 지켜야했다.
체력 소모도 상상 이상이었다. 90분 동안 메가폰을 들고 끊임없이 소리지르며 팬들의 에너지를 끌어올려야 한다. 후반 중반쯤 되자 목 안쪽이 타는 듯했고 외칠 때마다 목소리가 갈라지는 게 느껴졌다.
그 순간 두 팔을 흔들며 따라 외치는 팬들의 얼굴이 보였다. ‘지금 멈추면 이 분위기가 죽는다’는 생각으로 다시 메가폰을 움켜쥐고 목을 쥐어짜듯 외쳤다.
“알레! 강원F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