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수 년 동안 연꽃을 바라보다 보니 연꽃이 곧 나 자신이 된다”
도내 대표 문인화가 시백(時伯)안종중 화백의 개인전 ‘서지만추(鋤池晩秋)’가 오는 2일부터 21일까지 국립춘천박물관 열린전시실에서 열린다.
‘서지만추’는 ‘서오지의 늦가을’을 뜻으로, 이번 전시에서 안 화백은 연꽃과 연잎, 물오리, 개구리 등 자연의 생명을 소재로 삶과 인생에 대한 성찰을 담아냈다. 문인화를 공부하는 이들이 흔히 사군자에 집중한다면안 화백은 연꽃에 매료돼 평생을 연(蓮)을 중심으로 탐구해왔다. 그는 전라도 무안, 경기도 양수리, 강릉 선교장 등 전국의 연꽃 군락지를 찾아다녔고, 특히 화천 서오지리 연못 영감의 원천이자 삶의 일부가 됐다. 어느새 서오지리 연못은 그의 앞마당이자 가장 친근한 벗처럼 자리 잡았다고 말할 정도다.

이번 전시에는 계절마다 변주되는 연꽃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여름날 햇볕에 빛나는 분홍빛 연꽃과 청개구리, 송사리떼의 움직임은 생동하는 자연의 교향곡을 연상시킨다. 동시에 늦가을 꺾인 가지와 빈 연밥, 물에 잠긴 연잎은 덧없음 속에서도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수묵담채의 붓끝으로 형상에 매이지 않고 담아낸 풍경은 재현을 넘어선 표현이자, 삶과 자연을 함께 관조하는 안 화백의 정신세계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