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장기 대책 관련해서 몇가지 대안들이 있는 것 같은데···. 혹시 바닷물 담수화 같은 생각은 해 본 거 없어요?"
지난달 30일 강릉시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강릉시 가뭄대책 회의'장.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지역 지원과 대책을 논의하던 이 대통령이 질문을 던졌다. '담수화'는 바닷물 등 염분이 포함된 물을 생활용수나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염분과 불순물을 제거하는 기술로 중동 등 물이 부족한 국가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김홍규 강릉시장이 "해 봤는데 얻는 양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어서···."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물 부족 문제가 앞으로 계속될 것이고, 저수지도 언젠가 고갈될텐데 이것만 만들어서 해결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당장 눈앞에 닥친 가뭄 사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장기적 물 부족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지금 생산비가 얼마나 드느냐"며 "저수·송수 시설이 필요하긴 한데, 담수화 하면 바닷가 근처니 원수 확보비용은 필요없고 담수시설만 있으면 되지 않느냐. 가격이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고 구체적인 예산을 묻기도 했다.
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예산을) 비교해 보시고, 장기대책을 다양하게 검토해서 보고해 달라. 강릉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담수화 뿐 아니라 여러 장기 대책이 논의됐다.
우선 오봉저수지에 인근에 식수 전용 보조댐을 만드는 방안이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오봉저수지 상류 쪽에 하천이 크게 두 개가 흐르는데 그 지역에 식수전용 보조댐을 만들면 500만톤 정도 확보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요 예산을 묻는 질문에 김명일 한국농어촌공사 강원지역본부장이 "500억원 정도 들어 비용은 제일 싸지만 법적인 문제, 허가를 통과해야 한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장기적인 대책으로 어려운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도암댐 활용이다. 도암댐 방류를 통해 강릉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제안이지만 수질 오염과 온도차에 따른 활용 문제, 정선지역의 반발 등 풀어야 할 민감한 문제가 다수 있다. 이날 이 대통령 방문에서도 도암댐 수질 문제와 관련, 한국수력원자력측에서 "오염도가 낮다"고 보고하자 김홍규 시장은 "한시적으로 파일럿 실험한 자료를 활용하시면" 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3년 평균 부유물질 초과일수를 보면 도암댐이 팔당댐의 반도 안된다"라는 황주호 한수원 사장의 말에 "강원도민의 수질 기대수준과 경기도, 서울시민들의 기대수준이 다르다"고 했다.
현재 추진중인 남대천 지하저류댐 설치도 대안으로 논의됐다.
김진태 지사는 "재난사태 선포를 비롯해 장기대책까지 논의가 이뤄졌다"며 "향후 관계기관들이 모여 1차 검토한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