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 드문드문 농가가 자리잡은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산세가 빼어난 산중에 특별한 공간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태기산 자락 해발 700m에 자리한 카페 '1765 삽교'다. '1765 삽교'. 그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1765'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조선 영조 41년, 삽교리에 은거한 안석경(1718-1774) 선생으로부터 마을의 역사가 시작된 해를 기념한 것이다.
김학석 대표는 "'1765 삽교'에는 마을의 정체성과 자부심, 그리고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겠다는 주민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1765 삽교'는 단순한 커피숍이 아니다. 자연과 지역이 함께 숨 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1만5,537㎡(4,700여평)의 넓은 대지 위에 뿌리내렸다. 지난 2004년 횡성산채마을로 출발해 2021년 지금의 카페로 새롭게 출발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전통적인 카페의 이미지보다는 마치 작은 마을 축제장에 온 듯한 인상이 든다.
천연잔디와 인조잔디가 어우러진 넓은 앞마당과 정원, 감자밭이 펼쳐진 뒤뜰, 투숙이 가능한 '1765 삽교 스테이'’, 제철 채소가 자라는 텃밭까지. 공간 하나하나가 쉼터이자 포토존으로 손색이 없다.
카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다소 좁게 느껴진다. 하지만 몇 걸음 옮기면 아늑한 조명 아래 곳곳에 자리한 소품 하나하나에서 온기가 느껴져 감성 가득한 공간의 편안함이 더해진다. 단체석을 포함한 다양한 크기의 테이블과 편안한 의자들이 배치돼 가족 단위, 친구 모임, 아이들을 데리고 온 방문객 누구에게나 편안함을 선사한다. 창으로 보이는 하얀 꽃 만개한 감자밭은 그 자체로 한 폭의 풍경화다.


카페 메뉴는 음료와 디저트 중심으로 단출하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아낌없이 활용한 재료와 정성은 묵직하다. 대표메뉴는 루꼴라, 양상추, 치커리, 방울토마토, 파프리카 등 삽교리 농민들이 직접 기르고 수확한 채소로 만든 일명 텃밭브런치 '루꼴라 잠봉뵈르 샌드위치'다. 여기에 삽교 웨지감자, 토종꿀과 함께 내는 가래떡, 인절미와 와플 등 군침도는 간식이 한가득이다. 커피와 수제청으로 만든 음료도 정갈하다. 영업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무. 오전 10시 30분에 문을 열어 오후 7시까지만 주문을 받는다.
카페 옆 감성숙소 '1765 삽교 스테이'는 단순한 숙소 그 이상이다. 하지감자부터 토마토, 옥수수, 더덕까지 계절에 따라 직접 수확하고 맛보는 체험이 여행의 진짜 묘미다. 예약하면 바비큐와 불멍까지 가능하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과 여름철 계곡의 청량감, 겨울철 뒷산 자연 눈썰매, 밤하늘 은하수 등은 덤이다. 오감으로 느끼는 모든 것이 추억으로 담기는 장면이 된다.
이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건 다름 아닌 마을 주민들이다. 삽교리 영농조합법인 17명이 직접 조성에 참여했고 지금도 운영 전반을 함께 책임진다. 카페와 숙소 운영, 특산물 판매까지 '주민들이 만든 마을'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김학석 대표는 "산채마을 운영 시절 몇 번의 위기를 넘기고, 청년들의 제안으로 카페를 시작했을 땐 망설였죠. 그런데 지금은 세대 간 소통이 이뤄지고 가족 단위 방문객까지 찾아오니 뿌듯합니다"라며 웃었다.
횡성읍내에서 30분, KTX 둔내역에서는 불과 10분 거리에 자리한 '1765 삽교'는 지역과 도시, 세대와 세대가 연결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되고 있다. 방문객들이 자전거로 산채마을과 둔내면 지역을 둘러볼 수 있는 투어, 유휴공간을 활용한 예술전시 등 새로운 시도도 모색되고 있다.
'1765 삽교'는 단순히 힐링을 넘어 우리가 놓치기 쉬운 '함께 사는 삶'을 생각하게 하는 공간이다. 지방소멸과 공동체 해체가 심화하는 시대.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1765 삽교'를 찾아 떠나보면 어떨까. 횡성=백진용기자 bjy@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