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당신은 소중합니다, 함께 살아갑시다"

중도 귀래사 주지스님

◇춘천 귀래사 주지 중도

현대사회는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다. 물질은 넘치지만 마음은 비어가고, 경쟁은 치열하지만 위로는 부족하다. 그 속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 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며, 함께 성찰해야 할 과제다.

불교는 생명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이 본래 부처의 성품을 지니고 있다고 하셨으며, 이 세상 어떤 존재도 하찮게 여겨져서는 안된다고 가르치셨다. 법구경에서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남도 해치지 않는다”고 하셨다.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것은 곧 생명을 긍정하는 첫걸음이다.

자살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지막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불교의 시각에서는 자살은 괴로움의 종결이 아닌 또 다른 고통의 연속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업(業)은 사라지지 않으며 삶에서 피하지 못한 괴로움은 또 다른 생에서 반복될 수 있기에 고통 속에서도 살아내는 용기와 자비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진정한 해탈의 방향이다.

우리는 자살이라는 비극 앞에서 도덕적 판단이나 훈계보다는 자비심으로 다가가야 한다. 고통받는 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외로움 속에 있는 이의 곁에 있어주며 무엇보다 "당신은 소중한 존재"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춘천시가 펼치고 있는 자살예방 캠페인은 참으로 반갑다. ‘네가 있어 나도 있다. 생명이 피어나는 춘천’이라는 어구 자체가 불교의 자비와 많이 닮아있다. 자타불이(自他不二), 너와 내가 다르지 않고 함께 있어야 우리 춘천이라는 공동체도 있는 것이다. 서로 기대고 같이 살아가는 부처님의 도량을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 불교계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적지 않다. 명상과 경전 공부, 스님들과의 상담, 청소년·노인 대상 생명존중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생명의 존엄 성과 고귀함을 알리는 활동을 더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사찰은 더 이상 단 순한 수행의 공간을 넘어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치유의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생명은 부처님의 선물이며 나와 남이 둘이 아닌 하나인 인연법의 바탕 위에 있다. 누군가의 생명이 꺼져간다면 그것은 곧 나의 생명도 함께 어두워지는 일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 모두가 함께 외쳐야 한다. “당신은 소중합니다. 함께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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