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월에서 활동 중인 김설 시인이 시집 ‘물음표에서 느낌표까지’를 펴냈다. 2025년 계간 ‘연인’서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뒤 문학 동인 달빛문학회의 회원으로 시를 꿈 꿔온 그는 생애 첫 시집에 지난 삶을 꾹꾹 눌러 담았다.
찰나의 기록들이 모여 완성된 시집은 시인의 지난 삶에 대한 회고이자, 앞으로의 삶에 대한 다짐이다. 거듭되는 삶의 굴곡에도 기꺼이 힘을 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시인. 그는 담담한 문체로 일상에서 느껴온 기쁨과 슬픔, 절망과 환희, 욕망과 체념을 담아냈다. 4부에 걸쳐 빼곡히 시집을 채운 시 속에서 시인은 때로 좌절하고 낙담하지만, 이내 털고 일어나 삶에 대한 기대와 다짐으로 시를 채운다.
“퇴근 후 구두를 벗으며/아버지의 흔적을 더듬는다/내 굳은살이 쌓일 때마다/딸의 키는 자라고 있다”(삶의 훈장 中)
시집의 한 축을 차지하는 감정은 가족에 대한 애정이다. 나무 꼭대기를 맨손으로 오르던 아버지는 다리가 저려 잠을 설치는 노인이 됐고, 그의 곁을 지킨 어머니의 허리도 날로 굽었다. 속절 없는 세월이 야속하다가도 시인은 딸의 귀여운 훼방을 벗 삼아 다시 희망의 시를 쓴다. 삶에 대한 물음표로 시작해 느낌표로 끝 맺는 시인의 세계로 초대한다.
“신이 모든 걸 다 해 줄 수 없어 엄마를 보내셨다고 했던가?/신은 나를 유난히도 더 사랑하시나 보다”(유난히 깊은 사랑 中)
김설 시인은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는 시집이라는 느낌표가 되어 제 손에 들어왔다”며 “순간의 감상과 감정을 노치지 않고 글로 남길 수 있음에 감사드리며, 저의 시를 통해 느낌표를 가슴에 품는 분이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밥북 刊. 104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