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소녀시대 윤아, 박정민 영화의 주무대…‘문화재가 된 80년 산업철도 간이역’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첨단산업+석탄문화 세계유산화]-석탄문화유산을 가다(2)
삼척 도경리역, 70년 운탄고도 영동선철도 가장 오랜 역사
쪽빛 차양, 박공지붕으로 소박한 멋, 국가등록문화재 지정
윤아, 박정민 영화 ‘기적’의 주무대로 지속적인 가치 입증

◇국가등록문화재로 석탄을 수송하던 영동선에서 가장 오래된 역인 삼척 도경리역

‘석탄을 실어나르던 운탄고도에서 가장 오래된 기차역…2006년 국가등록문화재 지정’

동해시 북평동과 삼척시 미로면을 잇는 도로를 달리다 잠시 도경리 마을 입구를 따라 샛길로 접어든다. 굽이굽이 산 비탈 도로를 따라가면 인적조차 찾기 힘든 고요한 산속에 느닷없이 쪽빛 지붕의 작은 철도역사(驛舍), 도경리역이 나타난다.

역사는 일본식 근대건물 특유의 지붕과 흰 페인트로 칠해진 깔끔한 외벽, 청명한 하늘이 조화를 이뤄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 철로 쪽으로 돌출된 조정실은 수평을 이루고 건물 옆면은 단정한 직선의 박공 지붕, 출입구는 차양 지붕으로 소박한 멋을 냈다.

도경리역은 1939년 건립돼 1940년 영업을 시작했다. 1962년 경북 봉화∼태백 통리∼삼척 도계∼동해~강릉 정동진까지 총연장 193.6㎞의 산업철도 영동선이 완성됐고 도경리역에는 매일 수천여명이 오고가며 전성기를 맞았다.

태백, 삼척 도계에서 생산한 석탄은 영동선 철도를 통해 산 아래 동해 묵호항으로, 또 전국 곳곳으로 운송됐다. 193.6㎞ 운탄고도의 수많은 기차역 중 가장 오래된 역이 도경리역이다. 석탄 운송은 물론 1980년대까지 삼척 도계에서 동해와 삼척지역의 고교를 통학하는 학생들 수백여명이 도경리역을 이용해 항상 붐비던 곳이다.

◇국가등록문화재로 석탄을 수송하던 영동선에서 가장 오래된 역인 삼척 도경리역 내부

2008년 역사가 문을 닫으며 이제 도경리역에는 기차가 서지 않는다. 하지만 역사 내부에 서로 마주하고 있는 역무실과 대합실은 언제든 승객을 맞이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2008년 당시 무궁화호 운임표 등이 그대로 남아 잠시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도경리역은 영동선에서 가장 오래된 역이라는 역사성과 건축학적 희소성, 아름다움 등을 인정받아 2006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돼 보존 중이다.

지난 70년간 대합실에서 숱한 만남과 이별이 있었고, 생계를 위해 철도를 오가던 주민들의 애환도 묻어 있다. 도경리역은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며 통학하던 학생들의 추억도 담겨 있다. 기차가 서지 않는 지금도 옛 추억을 더듬어 일부러 산 속의 간이역을 찾아온 사람들을 예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반긴다. 소녀시대 윤아와 박정민 주연 영화 ‘기적’의 촬영이 도경리역에서 이뤄지는 등 가치와 생명력을 꾸준히 입증하고 있다.

이희탁 중앙진폐재활협회 회장은 “영동선 철도 완성 이후 석탄이 전국에 효율적으로 운송됐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만든 철도”라며 “탄광촌과 삼척시내, 동해시내를 연결하던 도경리역은 학생, 상인 등으로 붐볐다.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남아 있는 역”이라고 말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