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백 장성 탄광마을 출신의 강영오 시인이 첫 시집 ‘가로수다방’을 출간했다. 2017년 시단에 데뷔한 이후 7년 만에 펴낸 이 시집에는 1960~70년대 개발독재 시대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성장한 시인의 삶과 애환, 그리고 그 시대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시집에는 탄광촌의 암울한 현실, 좌절과 방황, 가족과 이웃들의 ‘피로하면서 따사로운 초상’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살얼음처럼 시린 연화산의 이마’, ‘낮별들이 지등처럼 떨고’, ‘구름은 낮은 쪽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와 같은 시구는 당시의 암울한 분위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시인은 고향을 ‘언젠가는 벗어나야 할 영어의 공간’으로 인식하며 탈출을 꿈꾼다. ‘간스메깡통 같은 찌그러진 골목’, ‘자정이 되어서야 적막해졌다’ 등의 시구는 탄광촌의 밤 풍경과 힘겨운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가로수다방’은 탄광촌 이야기뿐 아니라 사물의 본질에 대한 탐구, 도시의 일상, 자연의 풍경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시인은 감각적인 언어와 독창적인 표현으로 삶의 희망과 즐거움을 노래하기도 한다. 강시인은 “우리는 1년 365일을 쉬지 않고 일해야 했다. 우리의 꿈은 다음 세대에 우리가 겪은 봄을, 그 궁핍과 좌절의 연대기를 대물림하지 않는 것이었다”며 “당시 우리가 걸어 왔던 골목에 놓여 있던 무채색 점경들을 소략한 몇 편의 기록으로 남긴다”고 말했다. 황금알 刊. 128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