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전환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교육 분야에서도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AI 디지털교과서’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교육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최근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교육부의 2025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유보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AI 디지털교과서가 성장기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AI 디지털교과서의 도입을 유보하고 객관적·과학적 영향 평가 이후 정책을 도입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5만6,505명의 동의를 받아 6월27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회부됐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한 학부모 인식조사’ 결과에서도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해 찬성하는 부모는 약 30%에 불과했다. 응답 학부모 중 82.1%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앞서 사회적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교원들을 상대로 한 다른 온라인 설문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비율이 73.6%에 이르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된다면 크게 두 가지 부작용이 우려된다.
첫째, 청소년들의 디지털 기기 과의존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3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 청소년(만 10~19세) 10명 중 4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었다. 또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아동·청소년의 미디어 이용 행태와 미디어 이용 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청소년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하루 2시간 41분에 달했다. 현재도 상황이 이런데 AI 디지털교과서마저 도입된다면 청소년의 디지털 기기 과의존 현상이 심해질 것은 자명하다.
둘째, 학생들의 문해력이 저하될 것이다. 스웨덴은 일찍부터 유치원 등에서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6세 이하의 아동에 대한 디지털 학습을 완전히 중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아이들의 낮아진 문해력 때문이다. 스웨덴 학생은 전 세계 초등학교 4학년생의 읽기 능력을 평가하는 국제읽기문해력연구(PIRLS)에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였다.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디지털 도구가 학생의 학습 능력을 향상하기보다 오히려 저해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캐나다,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도 문해력 저하로 인해 교육 관련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한 보고서에서 디지털 기술이 학습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나 경제적 효율성이 과대평가 됐을 수 있다면서 디지털 기술을 성급하게 도입할 필요는 없다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큰 우려, 반대, 그리고 예상되는 부작용 속에 교육부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이번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공교육에서는 최초로 시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아이들의 문해력 저하와 지금도 심각한 디지털 기기 과의존 현상이 더욱 가중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결정해야 한다. AI 디지털교과서의 효용성을 명백하게 입증하고, 다양한 교육 주체들과 원만한 사회적 합의를 이룬 후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신중함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