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태수 춘천 성암감리교회 담임목사가 수필 ‘학곡리 364-2번지’를 펴내고 삶과 신앙에 대한 소회를 풀어냈다.
제목인 ‘학곡리 364-2번지’는 허태수 목사가 42년 동안 목회를 이어온 곳이다. 그는 ‘사람의 자리란 무엇인가’라는 주제 아래 그동안 출판했던 작품의 조각들을 한 데 모았다. 일상의 풍경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80여 편의 글에는 상처 입은 영혼을 위로하고, 행복을 되새기는 허 목사의 삶이 녹아있다.
목사 안수를 받던 수십 년 전, 허태영 목사는 머리를 빡빡 깎고 싶었다. 시퍼런 각오를 다져야만 할 것 같았던 젊은이의 치기는 여전히 그의 삶에 남았다. ‘물질에 충혈된 교회는 버림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중견 목사의 모습 위로 신에게 부여 받은 사명이 너무 무거웠던 어느 젊은 목사의 얼굴이 겹친다.
“하루에 충실하고 하루에 감사하고 하루에 만족합니다. 하루면 되는 것입니다. 이런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면 그것으로 족합니다.”(하루살이가 하늘살이다 中)
종교인이기 전에 인생을 조금 먼저 살아가고 있는 선배로서 허 목사는 삶의 가치을 말한다. 송아지를 끌고 예배당으로 들어온 신자의 멋쩍은 웃음과 흐드러진 은행나무 그늘 밑에서 오간 대화들을 따라가다 보면 한편의 동화를 읽는 듯 잔잔한 기쁨이 밀려 온다. 그런가 하면 무지와 욕망에 기인한 폭력들에 가차 없이 일침을 날리는 그의 모습은 올곧은 삶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허태영 목사는 “42년 동안 한 곳에서 목회를 하는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내가 겪은 별스럽지 않은 행복을 나누고 싶어 그동안 출판했던 몇 권의 책들 중에서 여러 꼭지를 가려 작품에 모았다”며 “그저 내가 쓰는 몇 줄의 글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줬으면, 그것밖에는 달리 바라는 게 없다”고 전했다. 호메로스 刊. 287쪽.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