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는 귀하디귀한 존재다. 아이는 어른에게 예속되지 않은 존엄성과 권리의 주체다. 이 같은 아동 권리에 대한 인식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급격히 성장했다. ‘사랑의 매’는 인권침해의 대표적 사례로 지목되며 자취를 감췄고, 학생인권조례 등 제도적 변화에 따라 학생 스스로 자신의 인권을 말할 수 있는 시대다.
한쪽의 인권을 강조하다 보면 다른 쪽은 일시적이나마 희생을 강요받기도 한다. 학생 인권의 신장에 따라 교권과 대립한다는 시각이 생겼다. 주의해야 할 점은 교권의 의미가 교사에게 모든 권리를 준다는 의미가 아니란 것이다. 교권은 가르칠 권리와 배울 권리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한 학생에 의해 수업이 방해되면 교사의 교육권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도 침해된다.
이런 경우 학교에서는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게 된다. 그 횟수가 매년 급증해 지난해 처음 3,000건을 넘겼다. 도내 상황은 어떨까. 강원자치도교육청이 분석한 ‘강원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운영현황’을 보면 2018년부터 올해 2월까지 도내에서 교권침해에 따라 열린 교권보호위원회는 총 675건이다. 코로나 비대면수업 기간을 제하면 해마다 140여건 발생하는 셈이다. 유형을 살펴보면 학생에 의한 모욕·명예훼손이 366건, 부당한 교육활동 간섭 72건, 성적 굴욕·혐오감 유발 42건, 상해 폭행 39건 등이다. 성폭력 범죄도 10건에 달한다. 대부분의 교사가 참기 어려운 수준이 아니면 위원회에 회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선 현장에서 벌어지는 교권침해는 훨씬 심각할 것으로 짐작된다.
특기할 만한 건 최근 문제시되는 학부모에 의한 침해도 27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조치가 취해지기 어렵다. “내 아이 말을 믿었어요.” 한마디면 대부분 면죄부가 주어진다. 학부모에 대한 처벌이 거의 없다 보니 교사에 대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도 많아졌다. 지난달 춘천교대가 주최한 ‘아동복지법과 교권’ 세미나에서 한 변호사는 “아동학대 신고로 교사에게 보상금을 받아내는 사례가 크게 늘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을 정도”라고 밝혔다. 돈을 목적으로 교사를 신고하거나 협박하는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우리 애가 잘못하긴 했는데 선생님도 똑같이 우리 애한테 사과하세요.” “방과 후에 따로 우리 애만 수업해서 점수 올려놔라.” 인스타그램 ‘민원스쿨’이 최근 공개한 초교 학부모 교권침해 민원 2,000여건 중 일부다. 입에 담기 힘든 욕설도 많았다. 타인의 인권을 존중해야 나의 인권도 존중받는다. 교사와 학생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 부모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교사에게 어찌 교육애(愛)를 강요할 것인가.
인격은 가정에서 형성되고 학교에서 완성된다.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는 “인간은 시련을 통해 인격이 형성된다”고 했다. 귀한 아이가 귀한 어른으로 자라나길 원한다면 귀하게만 키워서는 안 된다.
교육활동과 생활지도 과정에서 갈등은 필연적이다. 갈등의 해결 방법이 아동학대 고발, 학생인권조례 개정 등 법적 조치가 돼선 안 된다. 학생 인권과 교권이 대립 구도를 벗어나 상호존중 관계를 쌓아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간 신뢰 및 관계 회복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