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청봉] 올 한해 행복하셨나요?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장현정 경제팀장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의 유행어다. 권 후보의 이 말은 21년이 흘렀지만 지금까지도 경제적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파랑새’의 작가 마테를링크는 “행복은 늘 우리 가까이에 있다”고 말했지만 ‘행복은 부질없는 소문’이라는 유럽 격언도 있다. 그만큼 행복은 주관적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저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경제’가 행복의 충분조건은 아니더라도 필요조건임은 분명하다.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국가미래연구원은 △경제성과 및 지속 가능성 △삶의 질 △경제사회 안정 및 안전 등 3개 부문의 34개 항목을 가중평균해서 국민행복지수로 산출하고 있다. 34개 항목에는 주거지수(주택가격상승률-임금상승률)와 1인당 소비지출·가계부채, 고용률 등이 포함된다. 사실상 경제적 판단이 가장 중요한 기준인 셈이다.

어느덧 한해가 저물어간다. 올 한해 살림살이는 나아지고 모두가 지난해보다 행복해졌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행복지수는 지수 작성을 시작한 2003년 1분기를 100으로 기준 삼고 있다. 16년 후인 2019년 4분기까지만 해도 113.95에 이르렀다. 하지만 2020년 1분기 106.26, 2분기 92.5, 3분기 74.41로 하락하더니 4분기엔 50선까지 떨어졌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지수가 크게 떨어진 데는 주택가격 급등에 따른 주거지수 악화 영향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주택매매가격은 2019년보다 8.4% 상승했다. 2006년(11.6%)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득은 쪼그라드는데 집값만 크게 오르면서 서민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됐을 뿐 아니라 경기 침체로 1인당 실질최종소비, 가계 교육비 지출, 가계 오락비 등이 감소한 것도 행복지수 하락에 영향을 줬다.

그렇다면 올해 강원특별자치도민들의 행복지수는 어떨까?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인 강원자치도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110.55)에 비해 3.7% 올랐다.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식품지수도 각각 1년 새 4.2%, 9.6%나 뛰었다. 서민연료인 등유 가격은 올 7월 이후 3개월 동안 ℓ당 13%나 인상됐다. 1년 전과 비교해 전기·수도·가스는 9.8%, 개인서비스 4.8% 상승했다. 집값도 여전히 치솟고 있다.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지난해에 비해 평당 290만원 정도 비싸졌다. 이를 일명 ‘국민평형(전용면적 84㎡, 이하 국평)’으로 환산하면 무려 7,383만원 가량 오른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졌다고 아우성인 이유를 알 것 같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니 어깨에 힘이 빠지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행복의 조건이 살림살이에 국한되는 건 아니지만 경제적 여건이 향상되면 서민들이 체감하는 행복감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릴 때보다 경제가 많이 회복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서민들은 힘겹다. 살림살이가 좋아졌다거나 혹은 나빠졌다고 느끼는 건 실질적 소득 증가보다는 심리적 측면이 강하다. 소득은 고만고만한데 물가와 집값만 크게 높아지고 있다면 살기 어렵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앵거스 디턴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인은 연소득 7만5,000달러(약 8,400만원)까지 소득증가와 비례해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곧 있으면 새해다. 이제부터는 우리의 경제적인 행복이 커졌으면 좋겠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