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출근길 서울지하철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 선로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 1호선 상·하행과 KTX 일부 열차 운행이 오후까지 지연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30분께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이 선로에 무단으로 진입해 서울역을 출발해 부산역으로 가던 KTX 열차에 치여 숨졌다. 이로 인해 퇴근 시간 무렵까지 지하철 1호선 열차가 각 역에서 평소보다 길게 정차하거나 서행하고 있다.
사망 사고가 난 KTX 열차가 수습을 위해 정차하고 지하철 1호선과 KTX·일반열차 등이 선로를 조정하면서 운행에 연쇄적으로 차질이 빚어졌다.
이 구간은 3개 선로를 KTX와 지하철 1호선, 무궁화호·새마을호 등 일반열차가 사용한다.
지하철 1호선은 운행 간격 조정을 위해 역마다 정차 시간을 늘렸다. 1호선 용산역∼구로역 급행 열차와 광명역∼영등포역 셔틀 전동열차는 운행을 중단했다.
코레일은 이날 오전 7시42분께 사고 열차가 정상 운행했다면서도 주변 선로 정리에 시간이 더 걸려 1호선 등 열차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 아침부터 서울시내 지하철과 KTX 등이 대거 지연되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직장인 A(27)씨는 "역에 정차하는 시간이 길어 의아했는데 구로역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열차가 가지 않자 내리는 승객도 있었다"며 "평소 18분 걸리는 구간이 오늘은 40분 걸렸다"고 말했다.

영등포역에서 성균관대역까지 1호선을 이용하는 B(28)씨는 "평소에는 성균관대역에 내려 마을버스를 타는데 오늘은 열차 지연 때문에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지연 안내방송을 듣고 열차에서 뛰쳐나간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개봉역에서 신도림역까지 버스를 탄 직장인 C(35)씨는 "버스가 부천에서 여의도까지 운행하는데 지하철 사고 때문인지 오늘따라 유독 사람이 가득 찼다"고 말했다.
용산역 대합실에서는 KTX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역 관계자에게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한 승객은 "열차가 지연되는 이유라도 알려달라. 지연 이유를 몰라 회사에 지각 사유도 제대로 설명 못했다"고 따졌다.
직장인 D(35)씨는 오후 6시께 인파로 가득찬 서울역 승강장에서 열차를 한 대 보내고 나서야 겨우 1호선 하행선을 탔다.
그는 "신도림역, 구로역에서는 사람들이 밀지 말라며 소리를 질렀다. 고척스카이돔에서 오늘 야구 경기가 있어 구일역 인파까지 겹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역마다 사람이 많아 문이 잘 닫히지 않아 열차가 자꾸 지연됐다. 날씨도 습해 너무 불쾌했다"고 말했다.
오후 7시30분께 서울역 방면 1호선 신길역 전광판에는 '구로∼가산디지털단지역 사상 사고 조치 완료 여파로 상·하행 지연 중'이라는 안내 문구가 표시됐고 스피커에서도 같은 내용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1호선을 타고 서울역에서 경기도 수원으로 귀가한 E(37)씨는 "오전에 지연됐던 것을 생각하면 조금 나아졌지만 평소보다는 더 기다린 것 같다"며 "오전에 사고가 있었다고 해서 이 시간까지 하루 종일 이러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오후 4시15분께 1호선 종각역∼서울역 3개 역 사이에는 4편의 열차가 몰려 있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사망 사고로 차질을 빚은 운행 일정을 따라잡기 위해 많은 열차가 동시에 다니는 상황에서 앞 열차와 간격을 조정하느라 연쇄적으로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X와 무궁화호·새마을호 등 일반열차도 출발이 예정된 시각보다 늦어지거나 감속 운행하는 등 차질을 빚었다.
오후 12∼1시께 서울역에서 출발한 부산행 KTX 열차는 최종 목적지에 20분 정도씩 늦게 도착했으며 오후 4∼5시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KTX열차의 경우 출발 시각이 2∼6분 정도씩 늦어졌다.
코레일에 따르면 사망사고에 호남지역 집중호우까지 겹치면서 이날 오후 5시30분 기준 고속·일반열차 130편이 누적 20∼159분 지연됐다. 1호선 열차의 지연 시간 통계는 하루 뒤 나올 예정이다.
사고 직후 운행을 잠시 중단했던 1호선 용산역∼구로역 급행열차와 광명역∼영등포역 셔틀 전동열차는 각각 오전 9시, 오전 10시11분부터 재개됐다.
하지만 급행열차 또한 정상적으로 운행되다가도 일부 역에서 평소보다 오래 정차하는 등 운행이 불규칙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