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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국정원 X파일'

프랑스 수학자 겸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수학 방정식에서 미지수를 표현할 때 알파벳 X를 맨 먼저 썼다. 그 후로 X는 ‘확인 불가한 존재'를 의미하는 대명사가 됐다. ‘X파일'은 극비(Extremely Secret)문서란 뜻도 있지만 과학적 혹은 통상적 수사로는 내막을 밝힐 수 없거나 밝히고 싶지 않아 미결인 채 종결짓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비밀수사기록을 명명한 데서 나왔다고 한다. ‘X파일'이 국내에서 흔히 쓰이게 된 것은 1994년 동명의 미국 드라마가 수입되면서부터다. ‘X파일'은 외계인, 미확인비행물체(UFO), 초자연적 현상 등을 다루며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국정원이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등의 존안자료, ‘X파일'을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다”고 밝혀 국정원 ‘X파일'이 주목받고 있다. 박 전 원장은 “박정희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60년간 (보관돼) 있는 것이 메인 서버에, 또 일부 기록으로 남아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X파일'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다 ‘카더라'”라며 “소위 증권가 정보지에 불과한 내용”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문득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왜 그토록 오랜 시간을 보관하고 있는 것일까. 국정원은 박 전 원장의 인터뷰 이후 보도자료를 내고 재직 중 직무와 관련된 사항을 공개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또 “전직 원장 중에 퇴임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국정원 업무 내용을 언급한 전례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X파일'의 존재와 내용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국정원 ‘X파일'이 있다면 과연 어떤 내용이며 얼마나 진실일지 궁금하다. 또 X파일 처리도 이런 식으로 흐지부지 끝날 사안은 결코 아니다. 공개가 어렵다면 폐기하는 것이 옳다. 빅브라더식의 권력 남용이나 정치적 수단으로 변질될 소지가 있는 탓이다. 성역 없이 조사해 다시는 X파일로 인한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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